미국의 중산층이 지갑을 열고 기업도 고용을 늘리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의 급등이 미 경제에 복병으로 등장했지만 아직까지는 경기 회복세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의 주요 25개 소매업체 매출은 전년대비평균 4.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 3.6%를 웃도는 것이다. 특히 중산층 이상 고소득층의 소비가 활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급백화점으로 꼽히는 삭스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15% 늘었으며, 노드스톰도 지난해에 비해 7.3% 증가했다. 컨설팅기관인 RSM 맥글라드레이의 제프 에델만 이사는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것뿐만 아니라 사기를 원하는 것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며 “지난 겨울의 혹독했던 날씨처럼 경제도 최악의 국면에서 빠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 경제의 화두인 고용문제도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 노동부의 고용통계 발표를 하루 앞두고 나온 신규실업신청 건수는 36만8,000명으로 한 주 전에 비해 2만명 감소하며 2008년 5월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계절적 불규칙 요인을 완화한 통계인 주간 신규 실업자의 4주 이동평균치는 38만8,500명으로 한 주 전에 비해 1만2,750명 감소했다. 반면 지난달 미국 민간부문의 고용 근로자 수는 21만7,000명 증가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17만∼18만 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회복세도 한결 가팔라지고 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2월 서비스업 지수는 59.7을 기록해 1월 59.4보다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05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50을 넘으면 서비스업 경기의 호전을, 50에 미달하면 반대를 의미한다. 앞서 발표된 2월 제조업 지수 역시 7년만의 최고치인 61.4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요소인 생산성도 증가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4분기 미국의 산업생산성이 당초 미 정부 예상치와 같이 2.6% 증가했다. 특히 경제회복과 직결되는 제조업의 생산성은 5.9%나 올랐다. 미 정부는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이 같은 경제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 “미국 정부가 중동의 상황 전개를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다”며 “석유와 식품 가격 상승이 세계 각지에서 물가 상승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미국은 그 충격이 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공급 차질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비축유를 동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앞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상승은 기껏해야 일시적이고 비교적 완만한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한편 유명한 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하바드대 교수는 영국의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중동사태가 국지적인 전쟁의 위험을 안고 있으며, 이것이 현실화되면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1970년대말 오일쇼크 때와 같은 경제적인 재앙을 미국 및 세계경제에 안겨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