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를 적을 때 도로명주소로 써달라고 말은 하지만 대부분 모른다고 해서 일단 옛 주소로 받고 있습니다."(은행원 김모씨)
새해부터 도로 이름과 건물 번호로 표기하는 '도로명주소' 제도가 2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새 주소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보니 곳곳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빠르게 많은 물건을 배달해야 하는 택배 기사들은 지금까지 외워온 지번주소를 버리고 새로 도로명주소를 머릿속에 입력해야 하다 보니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일하는 임모(31)씨는 "받을 곳 주소만 보고 차를 어디에 대야 하는지 몇 번째 순서로 물건을 배달할지 떠올려야 하는데 도로명주소가 적힌 물건이 많아지면서 업무처리 시간이 길어졌다"며 "익숙해지기까지 며칠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퀵서비스를 하는 이모(53)씨는 "옛 주소를 보면 대략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쉽게 알았는데 도로명주소로는 한 번에 위치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간혹 내비게이션에 도로명 길을 입력해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어 불편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새로운 주소가 익숙하지 않기는 소방서나 경찰서 등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광진소방서의 한 소방관은 "내비게이션이 새 주소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데다 가장 중요한 '동(洞)'이 안 나와 위치파악이 어렵다"며 "아직은 소방방재센터 본부에서도 옛 주소를 바탕으로 신고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도 "내비게이션에 도로명을 입력하면 비슷한 주소가 여러 개가 나오기 때문에 옛 주소로 검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에도 혼란이 우려된다. 매매·임대차 계약시 해당 건물 주소는 기존 지번주소로 표시하지만 계약자의 주소는 도로명주소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옛 주소와 새 주소를 모두 알아야 하므로 많이 헷갈린다"고 말했다.
안전행정부는 주소전환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황대응반을 만들고 전담 콜센터(1588-0061)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www.juso.go.kr)에 접속하면 옛 주소와 새 주소를 쉽게 전환할 수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는 '주소 찾아'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된다.
안행부의 한 관계자는 "도로명주소가 일상생활 속에 빠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과 홍보활동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