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애정남


"극장에서 오른쪽 팔걸이를 써야 할까, 왼쪽 팔걸이를 써야 할까?" "결혼 축의금은 얼마를 내야 할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에서 나온 질문이다. 애정남은 팔걸이는 오른쪽을 써야 하고 축의금은 성수기(9~10월 등)에는 3만원, 비수기는 5만원을 내야 한다고 말한다. 비록 우스꽝스러울 수 있지만 생활 속에서 어느 것이 맞는지, 맞는 것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 속에서 나온 결론임은 틀림없다. 애매한 것들에 대한 규칙들은 '안 지켜도 쇠고랑 안 차고 경찰도 출동 안 한다'는 애정남의 말처럼 사람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친다. 정부는 때때로 애매한 것들에 약간의 강제성을 두고 규칙을 정하기도 한다. 권위 있는 질서를 만들어 공공의 안녕을 구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것이 우측통행이다. 좌측통행은 회전문 등 각종 시설물을 이용하는 데 불편하고 대다수의 국가들도 우측통행 방식을 따르고 있어 정부는 지난해부터 우측통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어느 것이 맞다 하기는 어렵지만 통행문화 개선에 기여한 것은 분명한 듯하다. 정부는 기업 간 질서에도 개입해 애매한 것들을 정리해주기도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영역이 어느 정도인지 논의하고 유통업체 판매수수료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 또한 어떤 것이 맞다 하기 어렵지만 기업들 간의 관계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본다. 그런데 우측통행이 정상화될 때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렸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어제까지 모두가 좌측으로 다니다 갑자기 좌측, 우측이 뒤섞여 다니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런 통행규칙은 시민들 스스로가 그렇게 하는 것이 서로에게 득이 된다는 분명한 이해를 바탕으로 행해질 때 비로소 잘 지켜지기 때문이다. 기업 간의 문제도 그렇다. 단기적으로는 그러한 규칙들이 다소 어려운 기업들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규칙들이 자발적으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효율성을 해칠 수도 있다. 함께하는 기업이 성장할 때 자신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기업 스스로가 알고 자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해줘야 결국 정부 정책도 바르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애정남처럼 기업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방향을 정해주는 정도만 해주면 어떨까. 쇠고랑 같은 것 없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공정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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