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요동치는 稅政 겉과속] <3> 현실과 따로 노는 이상

방향 옳지만 세금급증·조세저항 우려<br>부동산값 오르면 억제책-침체땐 부양책 되풀이<br>시장안정 세제에 의존…한꺼번에 과도한 인상도<br>일부선 "저성장 예상에 사회안전망 재원확보 겨냥"

[요동치는 稅政 겉과속] 현실과 따로 노는 이상 방향 옳지만 세금급증·조세저항 우려부동산값 오르면 억제책-침체땐 부양책 되풀이시장안정 세제에 의존…한꺼번에 과도한 인상도일부선 "저성장 예상에 사회안전망 재원확보 겨냥" • 1가구 1주택 양도세 '딜레마' 최근에 집을 판 경기도 광명시 시민들은 헷갈린다. 양도세 신고를 해야 할 텐데 무슨 기준으로 해야 할지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광명시에서 집을 판 사람들은 양도세 신고를 실거래가로 해야 했다. 광명시가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1월 투기지역에서 해제됐다. 이제 신고를 실거래가가 아닌 기준시가로 할 수 있다. 기준시가가 실거래가에 비해 낮기 때문에 그만큼 양도소득을 줄여서 신고할 수 있고 양도세 세금도 줄어든다. 그런데 다시 지난 4월 말에 투기지역으로 재지정됐다. 더 약이 오르는 것은 옆 동네 부천시의 경우 지난해 투기지역이었다가 올 1월 광명시와 함께 투기지역에서 해제됐는데 이번에는 재지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양도세 과세 자체가 왔다갔다 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고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자 2001년과 2003년 두 차례, 신축주택을 구입한 뒤 5년 이내에 매각하면 양도세를 100% 감면해줬다. 3년 보유 양도세 비과세 규정보다도 2년이나 더 늘려준 셈이다. 반대로 지난해 서울 강남, 분당 등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비과세 요건을 3년 보유에 2년 거주요건을 추가했다. 참여정부의 조세정책ㆍ부동산정책의 기본방향은 이 같은 점에 대한 반성에 기초하고 있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은 “과거 정부는 부동산 투기가 망국병이라며 강력한 억제정책을 섰다가 얼마 못 가서 건설경기를 살리겠다고 부양책을 섰다”며 “ 냉온탕을 수없이 오간 정책들 때문에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고 한 강연에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서히 부동산 관련세를 올리는 방식”이라며 “10년, 20년 참고 꾸준히 정책을 추진하면 고질병(부동산 투기)이 치유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같은 반성에 기초한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의 기조는 보유세(재산세ㆍ종합부동산세) 인상, 거래세(취득ㆍ등록세) 인하, 실거래가 과세기반 확립이다. 이를 통해 현재 8대2의 비율인 거래세와 보유세 비율을 5대5로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보유세ㆍ양도세 강화가 우리나라 빈부격차 해소와 경쟁력 향상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해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한국경제의 미래와 도전: 국가경쟁력 강화방안’에서 보유세 인상, 거래세 인하를 통해 부동산값이 안정되면 임금과 기업의 공장부지 값이 안정돼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보유세 인상으로 세수가 늘면 근로소득세와 부가가치세율도 낮출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임금ㆍ땅값 안정으로 우리 경쟁력이 높아지면 경제성장률도 높아질 수 있고 보건ㆍ환경 부문 등 필요한 공공 부문의 고용창출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참여정부 세정혁신 방향에 대해 향후 우리나라가 과거와 같은 고성장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제가 깔린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경제가 7~8% 성장하면 자체적으로 투자와 고용이 창출되면서 사회안전망 기능이 우리 경제 내부적으로 창출된다. 그러나 올해 우리 경제는 4% 내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저성장이 되면 그만큼 사회안전망 재원이 줄어든다. 그 부족분을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을 통해 창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참여정부의 이 같은 세정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보유세를 올리고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를 하겠다는데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느냐”며 “문제는 부동산을 잡는 데 과도하게 세제에 의존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보유세 인상에 대한 걱정이 많다. 현재 0.12%인 실효세율(세금/기준시가)을 2008년까지 2배인 0.24%로 올리고 20017년까지 1%로 급격하게 올리는 데 대한 우려다. 동서세무법인의 주민규 세무사는 “전체적으로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오른다”며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내린다고 하는데 양도세가 올라 실제 모두 올라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무서운 것이 조세저항인데 모든 납세자들이 단합해서 저항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걱정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도 큰 변수다. 이미 성남ㆍ용인ㆍ구리ㆍ고양ㆍ과천ㆍ수원ㆍ광명ㆍ안양시 등이 재산세율 인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히 경기가 지금처럼 좋지 않은 때에 보유세 인상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세금인상이 일시적으로 부동산값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가격에 반영되면서 부동산값이 오를 것이란 분석도 있다. 거래세 인하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은 등록ㆍ취득세 등 거래세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세원 중 하나인데 이를 지자체들이 내리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많은 자치단체에서 등록ㆍ취득세는 전체 자치단체 세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양도소득세 과표가 인상되면서 양도세가 높아져 등록ㆍ취득세가 내리더라도 거래세 인하효과는 반감한다.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기반 확립 문제는 1가구1주택 비과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요원한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별취재팀 안의식기자 김영기기자 이종배기자 현상경기자 miracle@sed.co.kr 입력시간 : 2005-05-10 18:41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