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환보유액 1,700억弗 '多多益善'주의 탈피론 재점화

운용금리, 외평채 발행등 조달금리보다 낮아<br>경상수지 대규모 흑자땐 자본수지 적자 우려

외환보유액 1,700억弗 '多多益善'주의 탈피론 재점화 운용금리, 외평채 발행등 조달금리보다 낮아경상수지 대규모 흑자땐 자본수지 적자 우려 • 외환보유액 1,700억弗 넘어서 외환보유액, 많을수록 좋을까. 한국은행이 보유한 외국돈이 1,7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지난 15일 현재 외환보유액이 1,707억2,000만달러로 7월 말보다 27억2,000만달러 증가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외환위기가 닥쳤던 97년 말의 88억7,000만달러에 비해 20배 가량 늘어난 것. 외화가 부족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전력이 있는 우리로서는 이 같은 외환보유액 증가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외환보유액의 규모가 너무 크고 이에 따른 기회비용이 적지않아 외환보유액 ‘다다익선(多多益善)’주의는 이제 벗어날 때가 됐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외환보유액의 경우 유동성을 중시, 안전자산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외평채 발행 수익률 등의 조달금리보다 운용금리가 낮다는 점이 이러한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의 80~90%를 해외 채권에, 나머지 10~20%를 예금을 통해 운용하고 있다. 통상 외평채 발행 수익률은 외환보유액의 주 운용처인 미국채(TB) 10년물 수익률에 1.0%포인트 정도를 더 얹어준다. 즉 단순논리로 따지면 (달러를) 사들이는 데 지불한 비용보다 운용수익이 낮기 때문에 많으면 많을수록 손실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외환보유액이 다소 많다고 보는 이들은 이런 이유를 들어 현 수준에서는 적어도 외환보유액을 억지로 늘릴 상황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200조원에 달한다. 올해 본예산(118조3,000억원)에 추경예산(4조5,000억원)을 합한 금액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물론 아직까지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과 관련한 정설은 없다. 우리나라 연간 해외 수입액의 30%(수입액의 3~4개월분)에 1년 미만 단기외채,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감안한 플러스 알파를 주장하는 학설이 자주 인용되는 정도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총수입액 1,800억달러의 30%(540억달러)+지난해 말 기준 단기외채 규모(553억달러)+α로 1,100억~1,500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 계산대로라면 현재의 외환보유액은 적정 수준 이상이며 일반 가계에서도 유사시를 대비한 ‘보험’은 필요하지만 그 규모가 소득 수준에 비해 과다할 경우 지출구조를 조정하는 것처럼 운용정책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설명. 외환보유액 과다를 주장하는 이들의 또 하나 중요한 논거는 단순히 외화자금의 ‘양’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질’이 문제라는 것. 우리 수출기업이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많아져 달러가 자연스레 늘어나는 측면도 있지만 정부의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결과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이야기다. 최근 박승 한은 총재가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세미나에서 “외환보유액 축적을 줄이더라도 국민들의 고통을 줄여줘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는 정부가 수출지원 명목으로 외환시장에 개입, 외환보유액이 늘고 있지만 이제는 환율하락을 용인해 물가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총재는 앞서도 “현재의 외환보유액이 적은 수준은 아니다”고 지적, 정부의 환율 방어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통상 경상수지 흑자가 대규모로 나면 들어온 달러가 다시 해외로 투자돼 자본수지 적자의 형태가 나타난다”며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사상최고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 자본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것은 달러가 인위적인 정부의 개입을 통해 국내에 쌓이게 됐다는 간접적인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만약 환율 하락이 대세임에도 불구, 인위적인 개입을 하다 실패할 경우 결과적으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외환보유액 늘리기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 매기는 값보다 더 얹어 달러를 사들였다가 나중에 그 값이 떨어지면 그에 따른 막대한 손해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윤혜경 기자 light@sed.co.kr 입력시간 : 2004-08-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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