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2월 12일] 포스트 교토체제와 한국

이번 겨울, 전세계적으로 몇 십년 만의 혹한과 이상 기온을 경험하고 있는 국가가 많다. 한국ㆍ미국ㆍ브라질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몇 십년 만에 겨울철 전력수요가 최고에 올라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르는 비상사태를 경험했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대응은 위기 종류에 따라 다르다. 시급한 위기면 즉각 대응하지만 위급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천천히 대응하는 것이 속성이다. 금융ㆍ에너지 위기는 전자에 해당한다.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위기는 후자에 해당하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에 발생할 영향은 더 클 수 있다. 코펜하겐 협상 나라간 이견 커 지난해 12월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상은 선ㆍ후진국 간 이견으로 어중간한 코펜하겐 합의문을 발표하는 수준에서 막을 내렸다. 192개국 가운데 국가별 정량적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시한(1월 말)까지 낸 나라가 55개국에 불과하고 앞으로의 협상도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오는 2020년까지 지난 1990년도 대비 각각 20%, 25%를, 미국은 2005년 대비 17%를 감축하겠다고 제출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경제성장률과 연동해 1차 에너지 소비에서 비(非)화석연료 사용을 15%까지 늘리겠다고 했으며 한국은 2020년까지 예상 배출량(BAU) 대비 30%를 줄이겠다고 했다. 대부분의 언론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가마다 기준연도가 다르고 감축목표도 소극적이어서 올해 말 멕시코 회의 전망도 어둡게 보고 있다. 네덜란드의 기후변화 컨설팅 회사인 에코피스(Eco Peace)는 각국 목표치대로 할 경우 2020년 지구 기온이 3.5도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ㆍ일본이 주장하는 2도보다 한참 높다. 코펜하겐 이후의 국가 간 협상은 여러 면에서 합의를 이루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미국이 환경 사안을 대하는 리더십 문제다. 미국 상원이 '청정에너지보호법'을 통과시키려고 하지만 에드워드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타계로 시행된 상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이 당선돼 표 대결에서 아주 어려운 싸움이 예상된다. 물론 미국은 연방정부보다는 주(州)정부가 환경 문제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주정부 중심의 기후변화 대응이 강화될 것으로는 보인다. 이번 코펜하겐 협상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ㆍ인도를 설득하는 데 실패, 협상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긴 상태여서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둘째, 베네수엘라ㆍ몰디브ㆍ투발루 등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 중심의 협의를 강하게 비난했으며 중국ㆍ인도의 입장에도 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 이처럼 개도국 간의 다른 목소리는 협상 진행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셋째, 유럽의 역할은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은 금융ㆍ재정 위기를 겪는 국가가 많아 기후변화 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고 EU의 협상력도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U가 추진하는 2008~2012년 배출권거래제의 국가할당 방안을 폴란드ㆍ에스토니아가 유럽재판소에 제소, 승소함으로써 결속력도 약화되고 있다. 넷째, 코펜하겐 협상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중국이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려 할 것이므로 당분간 중국을 견제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친환경분야 미리 대비해야 한국은 자발적 감축목표를 발표, 기업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기후변화협상 합의를 떠나 세계가 친환경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ㆍ도시와 건물ㆍ시민생활 등 모든 것이 환경 친화적이지 않으면 안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재생에너지와 자동차 부문이다. 한국이 환경에 대해 준비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어렵게 이룩한 결과가 무의미하게 끝날 수 있다. 기후변화는 협상이 아니라 또 다른 차원에서 생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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