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역동성을 살려라

동남아인들은 ‘빨리빨리’라는 한국말에 매우 익숙하다. 한국인들이 물건을 살 때나 음식을 주문할 때 항상 나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음식이 나오면 그 어느 나라 사람보다 빨리 먹는다. 어느새 ‘빨리빨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됐다. 이러한 ‘빨리빨리’ 정신은 끊임없이 분출하는 한국인의 에너지가 있기에 가능하다.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힘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에너지는 IMF 기간에 전국적인 금 모으기 운동으로 나타났고, 월드컵 기간 동안 광화문에서의 집단적인 응원으로 표출됐다. 속도 경쟁력은 경제성장 원천 한마디로 이러한 한국인의 특징은 역동성이라는 단어로 집약될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이 역동성을 냄비근성이나 들쥐근성으로 비하하기도 한다. 빨리 끓지만 빨리 식고, 몰려다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그러나 역동성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경쟁력이고 경제성장의 원천이다. 빨리빨리 정신에서 스피드 경쟁력이 나오고 집단적 에너지는 국가적 파워로 분출된다. 우리가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을 이뤄낸 것도 바로 역동성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50~60년대에 우리보다 부유했던 동남아나 남미 국가를 따돌렸고 세계적인 조선ㆍ반도체ㆍ휴대폰 국가가 됐으며 한류의 열풍에 힘입어 문화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 모든 것을 해치우다 보니 혼란도 많고 잡음도 많지만 결과적으로 서두르는 과정에서 문제가 해결된다.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다른 회사보다 먼저 시장에 출시하고 리드타임을 줄이는 스피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개발 기간과 시장 판매 시점이 중요한 산업에서 우리가 두각을 나타낸다는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우리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반도체ㆍLCDㆍ조선 등이 바로 시간을 다투는 산업이다. 이들 산업은 미래의 기술을 예측할 수 있고 기술의 로드맵이 뚜렷하다. 이와 같이 차세대 미래기술 발전 과정을 알 수 있는 분야에서 우리는 남들보다 한발 앞서 개발함으로써 선진 업체를 하나하나 따돌릴 수 있었다. 속도경쟁에서는 우리가 강하다는 것이다. 역동적인 소비자들도 한몫했다. 소비자들은 물건에 대한 까다로운 안목과 신제품에 대한 빠른 수용으로 기업을 다그치고 또한 지원했다. 수요 측면에서도 소비자의 역동성이 경쟁 원천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동성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멀게는 몽고 유목민의 후예인 우리 민족이 말을 타고 빠르게 이동하면서 기동성이 형성되고 역사상 외세의 침입이 많은 우리나라가 이를 무찌르기 위해서 응집력이 배양됐을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일제 점령과 한국전쟁이라는 암울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제 개발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역동성이 체득됐다. 앞으로도 이러한 역동성을 살리는 길이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길일 것이다. 우리 국민 속성에 맞고 한국민의 강점을 살리는 정책과 전략이 가장 효율성이 높다. 지나친 부작용이 없다면 정책 결정의 기준을 역동성에 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오히려 역동성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나 우려된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역동성이라는 한국적 특성을 잘 살리는지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적 특성 살리는 정책 필요 다행히도 즉시성과 쌍방향성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과 모바일이 발달되면서 우리나라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기회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기회를 활용해 첨단의 기술을 남들보다 먼저 도입해 해외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어떻게 고령사회에서도 역동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결국 법, 제도, 정책, 기업 경영 등 모든 분야에서 역동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전략과 정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를 거스를 때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엉뚱한 방향타를 잡고 있다면 우리는 역동적이기 때문에 더욱 극심한 부작용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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