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 경쟁력 강화가 근본 처방/(외환위기 남의 일 아니다)

◎핫머니 투기적 유출입 방지대책 시급/정책당국 현위기 정확한 인식도 필요『최근 외환위기의 근본은 일시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수출부진에 따른 달러유입 격감 등 구조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경상수지적자 확대추세가 꺾기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한 시장에서의 수급불균형, 환율상승 등 어려운 국면은 지속될 것입니다.』 외화자금시장 관계자들은 현재의 외환상황을 이같이 진단한다. 환율역시 이같은 시장 상황을 반영, 당분간 지속적인 상승세(원화가치 하락)를 유지해 월말께는 8백90원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4월에 접어들면서 시장상황은 다소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3월말인 일본계 은행들의 결산이 끝나면서 일본계 자금이 국제시장에 다시 돌아 자금차입상황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상수지 적자로 달러 수급 불균형이 유지되더라도 단기적으로 보면 자본수지가 좋을 경우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4월에 접어들면서 일본계 은행의 자금공급 재개, 한도가 폐지된 국내 금융기관들의 중장기차입 활성화로 달러수급사정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자본수지가 좋아진다는 것은 해외로부터 들여오는 빚이 많아진다는 뜻으로 이미 1천억달러가 넘는 외채문제가 더욱 심각해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에서는 이에 따라 올해말 우리나라 외채가 1천4백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외환대책은 국내기업들의 수출이 활성화돼 경상수지에서 흑자를 내는 것이다. 자본수지 흑자로 달러 유동성을 유지하는 것은 빚을 들여와 빚(달러부족분)을 메우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외환은행부설 환은경제연구소 신금덕 박사는 『기업들이 환율상승을 통해 수출을 증대시키려는 것보다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외환위기 타개대책』이라며 내실경영을 강조했다. 환율의 안정적인 운영역시 시급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환율 자체의 안정과 함께 환율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기대(Expection)도 안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앞으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우 달러에 대한 가수요가 일고 이미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나 개인들도 달러를 내놓지 않는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도 가뜩이나 증시가 침체하고 있는 판에 환율상승으로 인한 환차손을 우려, 우리나라를 떠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원화환율이 추가상승 기대가 사라지는 적정수준까지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도 외환시장 안정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 단기자금(Hot Money)의 투기적인 유출입을 방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칠레는 해외 단기자금이 들어올 경우 유입자금의 30%를 의무적으로 중앙은행에 무이자로 예치하도록 하고 있다. 투기적인 단기자금 억제책이다. 2월말 현재 국내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1백89억달러. 국내 외환시장을 교란하기에는 충분한 규모이다. 외화시장 참여자들은 이 모든 대책과 함께 「시장상황에 대한 정책당국의 정확한 인식」을 특히 강조한다. 『정부는 은행의 중장기 해외차입를 자유화하면 달러가 금방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그것이 아닙니다. 한보·삼미부도, 은행장구속, 정치적 불안으로 국내 금융기관들의 신용도가 땅에 떨어진 판에 누가 국내은행에 돈을 빌려주겠다고 오퍼를 내겠습니까.』 한 시중은행 딜러는 『은행간부부터 한은, 재경원까지 시장에서 느끼는 위기감과는 거리가 있는 감을 갖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바로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안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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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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