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그리스의 눈물 외면하는 유럽

그리스 아테네에 사는 콘스탄티누스 카포우로스(50)씨는 낮에는 옷 가게 점원으로, 밤에는 유적지 경비원으로 일해 아내와 20개월 된 아들을 부양했으나 얼마 전 두 곳 모두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현재 이 집안의 유일한 수입원은 그의 홀어머니가 받는 연금뿐이지만 이마저도 대폭 삭감될 처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유로존의 삶'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50억유로 규모의 긴축 재정 실행을 앞두고 있는 그리스 국민들의 고단한 삶을 자세히 소개했다. 카포우로스씨는 "더 이상 행복을 느끼기 어렵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리스의 자살률은 지난 2008년 10만명 당 2.8명 선으로 전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2배가량 치솟아 유럽 최고의 자살국가가 됐다. 물론 그리스의 눈물은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다. 그리스 정부는 유로존 편입 후 낮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되면서 흥청망청 빚잔치를 벌였고 이제 그 폭탄이 터진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리스의 비극이 그리스인들의 눈물로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 내부에서는 "긴축정책이 경제를 죽여 나라를 영원한 이등 국가로 주저 앉힐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내년 2월 조기 총선에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정당이 정권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그리스 국민이 유로존을 탈퇴하는 벼랑 끝 전술을 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곧 유로존의 붕괴를 뜻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유로존 붕괴는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UBS가 지난 9월 내놓은 유로존 최악의 붕괴 시나리오에 따르면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할 경우 국내총생산(GDP)가 반토막나겠지만 독일ㆍ프랑스의 GDP도 25%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의 눈물이 분노로 폭발해 유로존의 명운이 시험대에 오를 때 유럽의 부자나라들은 과연 어떤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리스인들의 슬픔이 더 깊어지는 가운데 유로존도 헤어날 수 없는 치킨 게임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 역시 높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