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낙하산에 매달린 금융업계

조영주 기자<금융부>

카드업계와 리스업계가 시끄럽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됐고 비씨카드는 존립 자체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이들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들이다. 이들은 모피아로 불리는 재정경제부는 물론 금융감독원ㆍ청와대 등에서 일해온 경험이 있는 만큼 다른 민간인사들에 비해 ‘대관청 로비력’만큼은 월등하게 뛰어나다고 스스로 자부해왔기 때문이다. 비씨카드는 공정위가 담합 행위를 이유로 100억원 이상의 과징금 등 제재 조치를 검토함에 따라 지난 82년 회사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비씨카드 사람들은 크게 걱정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재경부 출신의 사장이 있기 때문이다. 정병태 비씨카드 사장은 카드업계에 대한 이해와 경력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사장으로 취임했다. 더욱이 사장으로 취임한 지 3개월여가 지나도록 관료주의의 때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적지 않게 받아왔다. 주주은행의 한 임원은 “정 사장이 주주은행을 주주로서 보지 않고 단순한 회원은행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하루빨리 관료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면 주주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신전문협회의 백영수 부회장과 임유 상무 역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비씨카드 사태와 함께 리스회사들이 국세청으로부터 4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물었다. 특히 일부 서울 지역 리스회사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삼성카드ㆍ현대캐피탈 등 대기업까지 같은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노심초사하고 있다. 백 부회장은 금융감독원 출신이고 임 상무는 청와대 비서관 출신으로 영입 때 낙하산 논란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낙하산으로 내려온 금융인들은 자신에 대한 못 미더운 시선을 불식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그들이 몸담았던 정부에 로비 활동을 펼쳐 업계를 살려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관료 출신들이 공정위와 국세청의 서슬 퍼런 칼날 앞에 어떻게 처신해 업계에 도움을 줄 것인지 그들이 늘 말해온 것처럼 화끈한 능력을 보여줄 것인지 금융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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