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미 FTA '이것이 급소'] <18> 잠자는 국회

주도권 쥔 美 의회와 대조적<br>"통상협정 마다 벙어리 신세" <br>美의회, 앞장서 가이드라인 만들고 통제도<br>우리 국회는 비준권만…의원들 관심 태부족<p>전문인력 거의없어 통상현안 정보력도 바닥


대한민국의 국운(國運)이 걸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 대해 국회는 잠자고 있다. “통상협정 마다 행정부에 예속되다시피 끌려다니며 벙어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적나라한 지적에 반박 한마디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경제가 입수한 USTR(미 무역대표부)의 미 의회 협상통보문에서 보듯 협상 전반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통제하는 미 의회와 우리 국회의 위상은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제대로 된 통상절차법 하나 찾을 길이 없다. 개방을 놓고 단순 양비론적 접근에 머물고 있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도 여전하다. 한미 FTA 문제를 국익을 고려하며 철저하게 실증적인 입장에서 다루기 보다는 친미 또는 반미라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이데올로기 싸움의 하나의 도구로 활용하는 데 급급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USTR은 미 의회 협상통보문에서 “의회가 제시한 한국의 통상정책에 대한 우려점을 간과치 않겠다” 며 “협상기간 내 모든 사안에 대해 의회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국회에 보내는 의례적 수사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미국은 통상협정 체결의 시작과 끝을 국민의 대표인 의회가 온전히 통제한다. 지난 2월3일 한미 FTA 협상의 출범 선언에도 본협상이 미뤄진 것은 미국이 의회의 검토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달랑 비준권 만 가진 우리 국회는 통상협정의 시작과 추진과정에 철저히 배제돼 있다. 외교부 등 정부 관계자들은 “국회에 정보를 주면 유출되기 십상이다”며 무시하기 일쑤다. 통상현안이 갖는 정치적 함의에 대한 국회의원의 인식도 초보적 수준이다. 미국은 통상이익의 관철이 곧바로 표로 연결된다는 의식이 뿌리 박혀있다. 도건 미 상원의원은 FTA협상의 막이 오르자마자 미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시장의 ‘폐쇄성’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FTA를 체결하더라도 한국이 시장을 열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느냐”며 압박했다. 앞서 월리 허거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캘리포니아 지역 최대 관심은 세계 농산물시장 접근”이라며 쌀시장 개방 필요성을 역설했고 로이드 더겟 텍사스주 하원의원은 “한국이 담배광고와 판촉을 제한하면 사전에 협의하도록 요구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역구의 통상현안을 챙기며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의원을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다. 국회에선 권영길, 천영세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소신발언과 문제제기를 하는 정도고 대부분은 관심조차 없다. 본지가 한미 FTA 시리즈에서 미국 섬유시장의 대표적 무역장벽으로 ‘얀 포워드’(Yarn Forward)를 지적하자 독자와 섬유업계 관계자들은 “얀 포워드를 아는 국회의원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며 하소연했다. “섬유산업의 중심지인 대구, 구미지역 의원들 조차 얀 포워드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 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꼬집었다. 국회와 여ㆍ야 정당을 막론하고 통상 전문인력과 관련 인프라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지나달 23일 본지가 미 의회보고서를 인용, “한미 FTA협상 출범 전 이미 스크린쿼터, 쇠고기시장 재개방, 자동차, 의약품 등 4대 통상현안을 양보했다”는 보도를 한 다음날 “의회보고서 좀 달라”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들의 전화가 신문사에 쇄도했다. 국민 대표기관이 통상현안에 대한 정보수집 능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여ㆍ야 구분없이 통상정책 등에 대한 전문인력이 거의 없어 의원들은 공개되는 주요 정보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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