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디딤돌과 걸림돌

김상열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최근 경기전망에 대해 조만간 회복된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일반 국민과 기업들은 경기에 대한 판단이 혼란스럽고 적극적인 경제활동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2005년 봄, 우리 경제를 표현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ㆍ봄이 왔는데도 봄 같지 않다)이다. 일부 연구기관의 경제성장률 상향조정과 견조한 수출실적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봄을 알리고 있지만 좀처럼 열리지 않는 소비자들의 지갑과 누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청년실업 문제 등이 혼재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현재 경기상황을 보면서 실타래를 떠올리곤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실타래의 중요한 매듭 몇 개를 풀어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는데 국민ㆍ기업ㆍ정부 등 경제주체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그 매듭은 잘 풀릴 수도 있고 더욱 엉킬 수도 있다고 본다. 경제주체들이 향후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한다면 경제는 활력을 찾게 되겠지만 비관적인 생각이 지배한다면 그 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경제는 심리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인들의 심리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전망치와 실적치가 최근 같은 궤도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처한 경제현실을 어떻게 보고 대처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경제주체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중국은 두려운 경쟁자가 되기도 하고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되기도 한다. 고유가와 환율급락도 보는 시각에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최악의 환경에서 막강한 내공을 쌓아 어떤 환경에서 어느 상대와 경쟁하더라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을 축적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또한 400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은 골칫덩어리가 될 수도 있고 든든한 실탄이 될 수도 있다. 미래로 이연된 소비를 현재의 소비로 되돌리고 기업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도 여건과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인적자원과 정보통신 인프라, 응용기술 등을 보유하고도 봄이 오지 않았다고 언제까지나 춥다고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금 분명히 곁에 와 있는 이 봄에 꽃샘추위를 물리치고 꽃을 피워줄 역할은 바로 경제주체들의 몫이다. 이제 움츠러들었던 마음을 추스르자. 비관적인 생각은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지만 경제를 정상궤도에 진입하게 하는 디딤돌은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사고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세계 10위권에 근접하는 경제규모를 가진 한국호(號)가 디딤돌을 딛고 힘찬 출항을 할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과 적극적인 경제활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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