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작년 은행수익 대우가 삼켰다

금융감독원이 2일 발표한 「99년 일반은행의 영업실적」 현황은 지난해 국내은행이 벌어들인 수익을 대우손실이 한꺼번에 삼켜버렸음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무엇보다 은행산업에 수십조원에 달하는 국민세금을 투입했음에도 은행산업이 3년 연속 거액적자라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신속한 2차 금융구조조정이 불가피함을 예고한다.◇잠재부실의 현실화= 3년 연속 거액적자였다. 대우 유탄은 예상을 초월했다. 은행권은 영업부분에서 낸 이익(6조3,293억원)을 대우에 따른 손실(7조9,966억원)로 모두 까먹었다. 선발시중은행은 더욱 심했다. 한빛은행은 한해 당기순손실(1조9,872억원)보다 대우부분 손실(2조2,780억원)이 더 컸다. 외환은행은 아예 당기순손실보다 대우손실이 두배를 넘었다. 수십년간 누적도 부실도 미래상환능력(FLC)기준이라는 「바이러스」에 눌려 한꺼번에 노출됐다. FLC기준에 따라 은행권이 추가로 쌓은 충당금만 3조1,341억원에 달했다. 대우와 합할 경우 모두 11조1,307억원으로 지난해 은행권의 전체 당기순손실(4조9,909억원)의 두배를 넘었다. 은행별로는 「못난이 두형제」중 하나인 제일은행을 제외해 산정한 결과 역시 서울은행의 적자규모가 가장 컸다. 2조2,331억원의 적자로 은행 전체의 44.7%를 차지했다. 「3대 시중은행」인 한빛·조흥·외환은행의 적자규모도 3조5,000억원에 달했다. 지방은행중에서는 대구은행이 308억원의 흑자로 1위. ◇끝없는 세금투입, 미래도 불투명= 금융산업 구조조정 이후 정부가 은행산업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약40조원(특수은행 제외). 이중 은행의 악성 부실채권 처리에만 15조원 가량이 소요됐다. 은행산업의 클린화를 위해 이처럼 막대한 세금을 쏟아넣었지만 은행은 대우그룹 하나때문에 다시한번 무너진 셈. 문제는 앞으로다. 금융산업은 지금 2차 구조조정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예금자보호 차등화와 예금보장한도 축소를 앞두고 예금은 벌써부터 우량은행으로 빠져들고 있다. 금융기관간 차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능력없는 은행은 도태의 수순을 밟게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배제할 수 없고, 못난 은행은 또한번의 거액적자에 시달릴 가능성은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은 이날 발표에서 올해 은행권 전체로 3조~4조원의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현재처럼 외풍에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체질로는 장담할 수 없다는게 금융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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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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