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본에 충실” 불황타개 제품 만든다/불황을 이긴다

◎삼보컴퓨터 「체인지업」 업그레이드 보장 인기/삼성 줌카메라 「케녹스」 판매량 꾸준히 늘어/의료기업체 메디슨사 매출액 16% R&D투자컴퓨터업계는 2년째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는 더 심하다. 날이면 날마다 신제품을 쏟아내지만 판매량은 지난해만 못하다. 그러나 중견업체인 삼보컴퓨터만은 예외다. 지난 11월1일 내놓은 신제품 「체인지업」이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문의가 폭주하면서 매일 5백대이상이 팔리고 있다. 성공비결은 「업그레이드 보장」. 제품을 구입한 고객 모두에게 2년 뒤 주기판과 CPU(중앙처리장치)를 무료로 바꿔 준다는 제안이 제품구매를 주저하던 고객들을 자극한 것이다. 그동안 PC시장에서 삼성과 세진에 밀리던 삼보는 「불황시대형 제품」의 기세를 업고 이제 정상탈환을 노리고 있다. 삼성항공의 자동카메라 「케녹스」는 수년간 거듭되고 있는 카메라업계의 불황속에서도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있다. 삼성항공이 지난해 6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으로 카메라 내수부문은 5억원의 소중한 흑자를 기록했다. 삼성의 성공요인은 일본 경쟁제품과의 정면대결을 피하고 철저히 틈새시장을 파고 들었기 때문. 일본업체들이 불황타개를 위해 신규격 카메라(APS)나 디지털카메라에 집중할때 삼성은 줌카메라 시장을 파고 들었다. 그 결과 4배줌 제품을 일본보다 빨리 개발하면서 국내외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불황기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극심한 불황속에서도 연구개발비 투자를 크게 늘리는 업체들이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올상반기 총매출액의 16%인 64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쓴 의료정밀기기 제조업체 메디슨. 이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매출액의 12.5%에 해당하는 35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 국내 1위를 차지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체질강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하겠다는 전략이다. 『혼돈과 불안정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잘 적응할 수만 있다면 안정된 시대보다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의 유명한 경영컨설턴트 존 네이스비트의 말이다. 위기는 최대의 기회라는 것. 불황기에는 소비자의 요구(Needs)에 맞춘 상품을 내놓고 새 카테고리의 제품을 창조하는 적극적인 마케팅전략을 써야 한다. 일본 히타치는 냉장고에서 만년 꼴찌였던 업체. 그러나 지난 95년 면밀한 시장조사를 통해 냉장고 중앙에 야채칸을 둔 「야채중심장」이란 신상품을 내놓고 대형냉장고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주부들의 냉장고 사용장면을 VTR로 촬영, 야채칸이 맨 아래에 있어 매번 허리를 굽혀야 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광고업계 또한 「불황이라는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불황기를 맞이해 광고물량을 줄이고 있지만 외국기업과 일부 국내업체들의 광고는 오히려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광고는 대량생산과 소비를 이어 주는 경제의 연결고리다. 『불황이라고 광고를 게을리하면 그 고리는 힘을 잃고,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본래기능마저 잃어 불황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영국 제임스 카펠의 연구는 지난 74년과 75년의 불황기에 광고비를 삭감한 기업과 늘린 기업 사이의 매출격차가 2년후 27%, 5년후에 30%나 벌어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6년 하반기부터 상당수 국내기업은 불황을 이유로 광고비를 감축했으나, 외국 광고주들은 광고비를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이 오히려 즐거운 업체가 있다. 최근 체인형태로 등장하고 있는 「팡팡 스트레스 해소방」은 일이 잘 안풀려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신종 비즈니스. 5m 거리에 설치된 모형인물에게 접시를 던져 깨뜨리거나 야구방망이로 쳐서 부수는 코너. 막힌 방안에서 마음껏 소리를 지르거나 실물모형의 입체 마네킹을 권투장갑을 끼고 마음껏 두들기는 코너도 있다. 불황은 우수한 인재를 원하는 기업들에게도 호기다. 대부분의 기업이 신규채용을 줄이기 때문에 손쉽게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불황은 기업들에게 환골탈태의 기회를 제공한다. 불황국면이 깊어지면서 거대 재벌그룹들이 한계사업을 정리하고 부동산과 주식등 자산을 처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들은 과잉인원을 줄이는 동시에 임금인상을 동결하는등 대대적인 리스트럭처링(사업구조조정)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평소같으면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고난을 감수해야 하지만 불황이란 기회를 십분 활용할 경우 발빠른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사고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무조건적인 감량경영보다는 투자의 합리적인 배분과 비효율 사업의 정리, 고객의 욕구파악을 통한 불황형 제품개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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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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