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우리는 연례행사가 지겹다

온 나라에 물폭탄을 터뜨렸던 무시무시한 장마전선이 다행히 이번주 말쯤이면 물러갈 것이라고 한다. 여름이 우기인 우리나라에 장마나 태풍은 여름철이면 반드시 찾아오는 연례행사다. 더욱이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 현상 등 기후변화로 지난 10여년간 홍수 피해는 70~80년대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그런데도 물난리와 수해 피해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연례행사가 됐다. 태풍과 폭우가 지나간 자리에 강원도가 최대 피해자로 남는 것도 연례행사다. 아무리 요며칠 동안 내린 호우가 기록적이라고 하더라도 매년 이처럼 큰 수해를 겪는 데는 분명한 근본 원인이 있음이 분명한데 항상 원인과 해결책은 오리무중이다. 사고가 나자마자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 역시 연례행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정확한 수해 원인이 나오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이 댐 건설 논쟁이 등장했다. 당정회의에서 임진강과 남한강, 남강 등 3개 수역 추가로 댐을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자 환경단체는 댐 건설을 무작정 밀어부치려 한다며 맞섰다. 그렇다면 정부는 반드시 댐을 지어야 했는데도 환경단체 때문에 속수무책이었단 말인가. 아니면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수십명이 목숨을 잃고 수천명의 이재민이 생기는 ‘사고’가 터져주기만을 기다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어이가 없을 뿐이다. 예산 부족도 해마다 나오는 타령이다. 지난해 방재예산의 경우 국가관리시설에 대한 사업비는 3조4,000억원이 책정됐지만 지자체 사업에는 쥐꼬리만 했다는 얘기다.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낮다 보니 제대로 된 수방대책을 실행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도 여전하다. 지자체의 예산 부족이 어제오늘의 일이겠는가. 국민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현실을 감안한 중앙 정부의 지원이 당연히 있어야 했다. 서울시에 살면서 매년 연말이면 각 구마다 예산을 소진시키기 위해 멀쩡한 도로나 인도를 파헤치는 일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목도하는 현실이 이런데 어느 국민이 예산 부족 타령을 믿어 주겠는가. 정부는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이고 있는지 관리 감독할 책임이 엄연한데 말이다. 매년 집중호우와 홍수로 아까운 인명과 재산을 잃으면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나라. 정작 우리가 세계 경제 규모 11위의 선진국에 살고 있는 게 맞는지 기자도 ‘연례행사’처럼 묻고 싶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