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월 23일] 3D 영화만 키운다고 능사 아니다

전세계에 3D 영화 신드롬을 몰고 온 영화 '아바타'가 곧 국내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극장 상영 매출액은 850억원에 달해 이미 역대 상영 영화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아바타'가 3D 영화 홍보를 톡톡히 한 덕에 영화진흥위원회도 3D 영화를 키워보겠다고 나섰다. 한발 더 나아가 영진위는 21일 3D 영화기술 교육생 100명을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14년까지 3D기술 인력 7,000명을 양성한다는 것이 영진위의 계획이다. 이 같은 '3D 영화 신드롬'을 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영화계는 지금 아바타가 영화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그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5억달러에 이르는 거대자본과 14년에 걸친 긴 시간의 축적물로 이룬 '아바타'를 국내에서 따라잡으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해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다수 영화인들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는 3D 영화가 '대세'라고 하니 이를 따르지도 외면하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사실 아바타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노력과 집념의 소산이지만 그를 믿고 기다려준 자본과 제작사의 힘도 컸다. 실제로 천문학적인 제작비 때문에 제작사인 20세기폭스는 도산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도 길고 험한 산통을 거쳐 탄생한 영화인 셈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3D가 영화의 새 패러다임인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 3D만이 영화의 살길로 보는 시각에는 문제가 있다"며 "3D를 다양한 영화 장르 중의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다양성과 창의성이 중요한 영화산업에서 3D에만 집중된 관심을 우려하고 있었다. 3D 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영진위는 정작 영화인들이 수년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는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은 외면하고 있다. 시네마테크 전용관은 고전영화들을 보존하고 상영하는 도서관 역할을 하는 곳으로 파리ㆍ뉴욕ㆍ런던ㆍ도쿄 등에는 서너 개의 전용관이 있다. 과거를 외면하고 다양성을 무시하는 영진위의 사업 추진과정을 보노라면 우리나라 영화 산업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전망해도 될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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