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전통 제지산업을 첨단산업으로 바꿔

[경제 百年大計 교육에서 찾는다] 2부. 선진교육 현장을 가다 <2> 명장의 요람 독일<br>■ 산학연 모범사례 다름슈타트大 종이공학과<br>재활용지 제조기술 등 현대화 성공

103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다름슈타트공대 종이공학과는 소수정예로 산학연을 통해 전통산업을 첨단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학과 실습조교가 연구실을 소개하고 있다. /이상훈기자

다름슈타트공대 측에 산학연 모델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하자 학교 측은 대뜸 기자를 5분 거리에 있는 낡은 2층 건물로 데려갔다. 이곳의 공식 명칭은 '종이공학연구소(Institution of Paper Science and Technology)'. 우리에게는 낯선 분야지만 독일에서는 전통산업의 현대화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한 구텐베르크의 역사를 103년 전통의 다름슈타트공대 종이공학과에서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독일의 종이생산 규모는 세계 4위, 유럽 1위. 핀란드와 함께 제지기계를 생산해 세계에 내다파는 세계에서 유이(二)한 나라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종이산업은 사양산업이지만 독일에서는 첨단 하이테크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나무를 베는 반환경적 산업이라는 비판에 독일은 유해성분과 폐수가 없는 재활용지 제조기술을 고안해냈고 이를 전세계로 수출해 자국의 새로운 먹을 거리로 만들었다. 다름슈타트공대 종이공학과의 연간 졸업생은 10명 남짓. 전교생 2만1,000명의 이 학교에서는 먼지보다 작은 규모지만 내실은 알토란 그 자체다. 이곳 출신은 졸업과 동시에 독일 1등 제지 및 제지기계 제작업체 보이트사에 취직한다. 전세계에 제지기계 업체는 핀란드 멧소사와 이곳 둘뿐이기 때문에 취업은 100%다. 보이트사는 자연스럽게 이 학과와 연계해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대학은 이 기업에 인재와 기술을 공급하는 선순환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연구소를 이끄는 우도 함 교수는 "작은 학과지만 독일 최고의 모범적인 산학연 모델을 꾸려간다고 자부한다"면서도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해도 절대 기업에 끌려다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처럼 밀고 끌어주는 학연을 독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기업과 학교 간의 건전하고 유기적인 협동이 전통산업을 첨단산업으로 탈바꿈시킨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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