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보통 사람 9명과 대화 통해 행복해지는 법 배웠어요

■ '민낯'으로 돌아온 만화가 박광수


"지금보다 불행해지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게 오히려 행복해지는 방법이 아닐까요. 행복하면 날씨 좋은 바닷가 파라솔 아래서 얼음 띄운 콜라를 먹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좋은 친구들과 내 아이들이 있으면 더 좋겠죠. 어머니 다리를 베고 자거나 맛있는 것을 먹는 것처럼 소소한 것에서 느끼는 잠깐의 행복을 믿습니다."

만화가 박광수(44ㆍ사진)가 '민낯'으로 돌아왔다. 지난 1998년부터 4년 동안 조선일보에 연재되며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 '광수생각'의 그 '광수'다.


이번에는 인터뷰모음집이다. 그것도 이름만 들으면 누군지 종잡을 수 없는 일반인 대상으로, 부제는 '박광수, 행복을 묻다'로 정했다. 저자는 배달 일로 생활비를 버는 가난한 록밴드 드러머(그룹 백두산 박찬), 암흑 체험프로그램 '어둠 속의 대화'를 운영하는 후천적 시각 장애인(송형희) 등 일반인 9명, 그리고 마지막 10번째는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행복한가'를, 그것도 아주 집요하게.

그는 '왜 일반인을 인터뷰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위대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살면서 위대해지고 또 그렇게 말해지는 거죠. 주변에 흔한 일반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뜻밖의 멋진 철학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유명인 인터뷰는 좀 뻔하지 않나요?"


그래서 그들의 '민낯'을 보았을까. "어려워요. 2권에서는 좀 더 100%에 가까워지려나. 내 경우도 많은 독자들이 '광수생각'을 보며 착한 만화라고 생각하지만, 그 내용엔 야한 것과 짓궂고 나쁜 내용도 많아요. 시간이 지나니 좋은 것만 기억하는 거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직선적인데다 위악적인 성격도 있고, 욕심 많고 참을성도 없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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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그에게 '행복'을 물었다. 잠시 두서 없는 대답과 질문의 연속, 그 끝에 이렇게 말한다. "행복해진다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거든요. 사업이 망해서 45억원을 날렸고, 이혼을 한 데다 돌봐야 할 애들도 많아요. 게다가 수년 전부터는 부모님도 몸이 안 좋으시죠. 힘든 내색 않고 장난에 농담만 가득하니 다들 '재미있게 산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는 2000년 들어 '광수생각' 연재를 그만 뒀다. 그리고 이혼, 결혼 등 개인적인 일과 사업 실패, 성(性)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드러낸 '나쁜 광수 생각'이라는 책으로 일부 독자로부터는 비난까지 받으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일까. 수년전 한 출판사는 그에게 낮은 경제수준에도 행복도가 1~2위를 다투는 코스타리카 여행 기획을 제안해왔다. 내부 회의를 통해, 가장 행복이라는 말을 안 믿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맞지 않겠냐는 결론을 내렸다는 게 이유다.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냐고 물어봤다. 그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건강했던 어머니의 다리를 베고 낮잠 자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어요. 꼭 10년 전 대구 지하철 참사 때 직접 현장까지 찾아갔는데, 당시 죽음을 예감한 사람들이 그 순간 가족ㆍ연인ㆍ지인에게 '사랑한다'고 전한 흔적을 봤습니다. 언제 마감될 지 모르는 인생인데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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