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고] 해외부동산 투자 자제해야

박재룡<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 부동산투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해외 골프장이나 리조트 등 오락ㆍ문화ㆍ운동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금액이 올해 1~7월 중 885만9,000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157% 증가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 상황을 눈여겨보면 해외 부동산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3가지만 살펴보면 먼저 국내 부동산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시장은 이미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 덕분에 상승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때 뜨거운 감자였던 재건축이 최근에는 낙동강 오리 알 신세로 전락하는 듯한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토지는 각종 개발호재 덕분에 상승세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정부규제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둘째, 저금리에 따른 과잉 유동성이다. 물론 이것은 부동산시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약 4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들이 단기 부동화돼 적당한 투자처를 찾아 기웃거리고 있다. 셋째, 각종 부동산 세금에 대한 부담 증가를 들 수 있겠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취ㆍ등록세, 양도세, 보유세 등 부동산 거래는 물론 보유단계에까지 이르는 세금부담을 늘리고 있다. 세금부담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의 투명성까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요약해서 말하자면 부동산투자 여건이 악화되고 돈될 만한 투자 상품 역시 마땅치않자 해외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부동산시장이 과열돼도 걱정이지만 이제는 위축된다고 걱정거리 하나가 더 생긴 셈이다. 물론 이정도 해외투자액이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정부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 생각인 것 같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해외 직접투자 규모가 약 65억달러인 점을 감안해보면 약 0.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관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금이 밀반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면 이는 국가경제적으로 상당히 커다란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내 부동산시장은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 우선적으로 그동안 부동산을 통해 너무 많은 자본이득을 경험한 ‘대박’을 겨냥한 계층들의 기대 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무리하게 높은 수익만을 추구하는 투자수요를 줄일 수 있다. 단기간에 몇 배의 수익을 경험한 사람이 년간 3%의 수익에 만족하겠는가. 또한 부동산시장에서의 투명성도 높여 비정상적인 ‘대박 신화’의 종결을 고해야 한다. 혹자는 정부가 이런 방향으로 부동산정책을 펴면 해외 부동산투자가 오히려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수도 있다. 언뜻 보면 그렇게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해외 부동산의 투자증가는 국내 부동산시장 여건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저금리와 유동성의 탓도 크다. 따라서 국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면서 다양한 투자상품들을 마련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는 단순히 부동산 상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금리는 낮고 돈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없어 해외로 관심 영역을 넓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미 주식시장에는 주가연계증권(ELS)이라 해 해외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투자지역이 국내와 해외 구분이 있을 수 없고 그 대상도 부동산이냐 아니야 구분 역시 무의미하다. 다만 너무 큰 수익기대 때문에 제도권 내에서 이뤄지지 못하고 불법적인 행태로까지 확대되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부동산ㆍ채권ㆍ주식 어느 것이든 여러 가지 투자상품뿐 아니라 상품개발 방법도 다양해 져야 한다. 해외 부동산투자를 그저 국부유출로만 논하기 전에 유출이 되지 않도록 여건을 잘 만들어주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이뤄진다면 지금까지 부동산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어 왔던 과잉 유동성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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