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인, 국내 채권 투자 미적미적


템플턴 등 이달 만기 국고채 등 55,000억원 가운데 3조6,000억원 롤오버 안해 유럽 재정위기가 안개 속을 걷는 등 대내외여건이 악화되면서 외국인이 국내 채권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이달 만기된 외국인의 국고채 투자자금 가운데 상당수 금액이 롤오버(만기연장)로 이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연말까지는 외국인의 채권 수요가 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투자한 상장채권 가운데 이달 들어 만기가 도래한 통화안정채권과 국고채 물량은 5조5,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외국인들이 재투자한 금액은 1조8,220억원에 그쳤다. 나머지 3조6,780억원은 재투자를 하지 않고 외국인들이 자금을 회수해 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국고채 투자를 망설이는 분위기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일 만기된 국고채 8-6호(2008년 발행된 7조7,0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국고채)의 경우, 주요 투자자인 템플턴글로벌본드펀드 등이 3조3,000억원 가량을 보유했지만 만기 전후에 롤오버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의 국고채 투자경향을 비춰봤을 때 만기 1개월 전인 지난달에 10-2호(2010년 발행된 3년만기 국고채), 11-2호(2011년 발행된 3년만기 국고채) 등 다른 국고채로 갈아타기를 하는 게 통상적인 형태. 그러나 지난달 외국인의 채권시장 순매수 금액은 3,306억원에 그치는 등 국고채 재매입이 뜸한 상태다. 이재형 동양증권 연구원은 “템플턴이 롤오버를 할 의사가 있었다면 지난달에 다른 국고채 3년물을 3~4주 연속 사며 물량을 갈아타는 모습을 보였을 텐데 그런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상당수 금액이 재투자가 안 되고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에 재투자를 망설이면서 이달 들어 외국인의 채권 순매도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채권시장에서 3,369억원을 순매도하며 지난 1월(-4,417억원) 이후 가장 큰 매도세를 보였다. 외국인의 매도 추세는 이달 들어 더욱 강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최동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만기 상환을 제외하고 이달에만 4,000억원 이상의 순매도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이 최근 국내 채권 투자에 소극적인 이유는 채권금리하락과 환율상승, 유럽 재정위기 등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동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재정위기로 인해 유럽금융기관의 자금경색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미국마저 자금조달 여건이 빠듯해진 상황”이라며 “그 동안 안정적인 매수세를 지속했던 미국에서 지난달 2,87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단기적으로 외국인의 수급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동준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은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하는 데다 국고채 금리가 낮아서 외국인으로서는 투자 매력을 못 느끼는 상황”이라며 “현재 만기된 자금 중 상당수가 투자 시기를 조절하기 위해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 본부장은 “연말을 맞아 채권거래 자체가 줄어든 데다 환율이 불안정해 외국인의 투자가 소극적인 상황”이라며 “다만 이머징 마켓에 대한 수요는 있는 만큼 내년 1ㆍ4분기 이후에는 투자 심리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강동효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