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우리금융 '경영권 프리미엄' 포기 여부가 관건

'정부지분 축소 뒤 재입찰' 방안 가장 유력<br>블랙스톤 등 해외투자자 움직임도 빨라져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저축은행에 이어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에까지 속도전을 선언했다. 실무진은 “연구 단계일 뿐”이라며 곤혹스러움을 표시하지만 민영화 작업이 조만간 본 궤도에 올라설 것은 틀림 없어 보인다. 더욱이 김 위원장 스스로 “머릿속에 복안을 갖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이미 처리 방향이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영권 프리미엄 포기할까=김 위원장은 취임식 직후 우리금융의 처리 방향과 관련해 “돈도 많이 받아야겠지만 회사가 잘돼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대의명분에 매달려 일을 그르쳤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는 최근 실무진에 이런 원칙 아래 민영화의 큰 틀을 제시했다. 당국은 이에 맞춰 ▦프리미엄을 받고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안과 ▦지분을 분산해서 처리하는 두 개의 큰 틀을 설정하고 세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세부 방안에는 ▦소수 지분 매각 후 재입찰 ▦국민주 방식 ▦전체 지분의 블록세일 ▦희망 수량 입찰 경쟁 ▦지주회사 해체 후 분리 매각 등이 포함돼 있다. 시장에서는 이 중 추가 블록세일을 통해 정부 보유 지분을 줄인 뒤 재입찰을 하는 절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정부가 고집해온 ‘경영권 프리미엄’을 과감하게 포기할지 여부다. 당국의 핵심 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했다. 여론만 뒷받침되면 프리미엄, 즉 회수 이익의 극대화라는 명분을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당국은 다만 다른 지주회사에 넘기는 방안은 사실상 제외했다. 한 당국자는 “기존 금융지주회사가 인수할 경우 100% 지분을 인수해야 하고 공정거래법 문제도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수의 계약 또한 국가 계약법 취지상 어렵다고 했다. ◇발걸음 빨라지는 해외 투자자들=정부가 속도전을 얘기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우리금융 민영화를 비롯해 한국금융시장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국내 은행의 수익성 개선 전망에 달러가치 상승으로 매입비용이 줄어든 것도 매력이다. 실제로 세계 굴지의 사모펀드(PEF)나 국부펀드들이 아시아 지역 투자총괄 헤드쿼터에 한국인 출신들을 잇따라 기용,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블랙스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한국계인 마이클 채를 아시아 지역의 투자 총책임자로 선임했다. 그는 씨티은행과 메릴린치를 거쳐 ABN암로 홍콩 및 런던 지역대표를 역임한 후 ABN암로 전무까지 오른 투자전문가다. 블랙스톤은 연내 한국에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투자자금을 모집한 후 한국 지역 투자를 늘리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부펀드인 두바이투자청과 싱가포르투자청도 한국인을 투자책임자로 기용해 투자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홍콩시장에서도 한국 투자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 투자은행(IB) 전문가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6월 미국 뉴욕에서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과 만나 접촉하는 등 투자유치에 주력했다”며 “블랙스톤과 두바이투자청 등이 한국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들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물밑작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문승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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