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고려인도 소중한 우리 동포 한국어 공부로 자활 희망 키워요

김준태 권익위원회 조사관

"단순 노무 벗어나려면 한국어 필요"

매주 광희 주말 한국어교실 열어

인터넷카페 개설 법률 상담도


"고려인들은 우리 동포임에도 한국어를 할 줄 몰라 고국에서 빈곤의 굴레로부터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들에게도 자활의 기회를 주기 위해 한글공부방을 마련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으로 일하는 김준태(50·사진)씨는 지난 2월 초 서울 중국 광희동 주민센터에 '광희 주말 한국어교실'을 열었다. 주말 주변에 형성된 외국인 타운을 찾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첫 개강 때 60여명이던 학생 수는 두 달 만에 96명으로 늘었다. 이들 중 고려인은 60여명이 넘는다.

김 조사관은 "고려인들은 주중에 일하느라 공부할 틈이 없어 주말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이 회원인 동포 지원단체 동북아평화연대에서 연 토론회에 참석해 고려인 한글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선뜻 한글공부방을 열기로 결심했다. 현재 국내 거주 러시아권 인구는 5만6,000여명으로 이 가운데 고려인은 3만명에 육박한다.


김 조사관은 "러시아말만 할 줄 아는 고려인들이 한국말을 구사하는 조선인에 비해 낮은 대우를 받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이들이 한국말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단순 노무에서 벗어나 제조업·서비스업 등으로 고용될 수 있어 한국어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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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어교실은 총 9개반으로 운영된다. 김 조사관을 비롯해 뜻을 함께한 현직 교사, 대학생, 주부 등 9명의 선생님들이 매주 토요일 봉사하고 있다. 김씨는 매주 신입생 안내와 레벨테스트를 도맡고 있다. 문구나 교재비 등은 선생님들이 자비로 마련하고 있다.

김씨는 "선생님들의 부담이 적지 않지만 이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돕는 것"이라며 "현재 이주여성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지원도 고려인들을 품을 수 있도록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는 공무원으로 직장생활을 하다 2년 반 동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종합대에서 유학했고 현재 권익위에서 외국인의 고충을 듣는 일을 하고 있어 고려인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지난해 겨울부터는 인터넷카페 '러시아인코리아'를 개설해 체류연장 문제를 해결 못해 고통을 겪는 동포들에게 법률상담도 해주고 있다. 10개월 반으로 운영돼 오는 11월 첫 수료식이 기다려진다는 김씨는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주말을 고스란히 헌납하는 것을 섭섭해하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며 "그래도 수업을 받는 고려인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와의 무비자 협정 발효로 앞으로 의료 분야 등 러시아 관광객이 더 늘어나게 되면 고려인들의 역할이 상당히 커지는 만큼 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필요하다"며 "우선 그들에게 취업정보 제공하거나 실질적 도움으로 희망을 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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