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인권 강화로 불구속 재판·항소포기 늘어<br>2000년 697명→2004년 1,695명으로 2배나
‘피의자 인권 강화 추세 속에 불구속 재판이 확대되면서 자유형(징역ㆍ금고ㆍ구류)이 확정되고도 검거하지 못하는 미집행 사례가 늘고있다.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재판 날짜가 잡혔지만 법정 구속될 것을 우려해 피고인이 아예 재판정에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궐석 재판 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697명이던 자유형 미집행자는 2004년 1,695명으로 2배를 훨씬 넘어섰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 인권이 강조되면서 불구속 재판이 늘고 있고 있고 이에 따라 자유형이 예상되는 피고인들이 아예 첫 재판부터 출석하지 않고 도피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같은 궐석 재판에 따른 자유형 미집행자가 전체 미집행자의 80% 가량에 이른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관내에만 현재 43명의 해외 도피자가 있다.
이처럼 자유형 미집행자가 늘고 있는 것은 궐석 재판 외에 항소 포기 등으로 자유형이 확정된 피고인을 검거하지 못하는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ㆍ2심 등 하급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한 판사가 피고인을 법정 구속하지 않았다가 항소 포기로 형이 확정됐지만 이미 범인이 도피해 집행하지 못하는 경우다.
석동현 천안지청장은 “불구속 재판 확대로 자유형 미집행자가 늘면서 수사에 집중돼야 할 검찰 자원이 미집행자를 검거하느라 소모되고 있다”며 “피의자나 피고인 인권도 중요하지만 판사들이 신중하게 불구속 재판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미집행자의 범죄는 고액 재산범죄, 공무원 독직사건에서부터 폭력 사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법원은 미집행자 증가 추세를 피고인 인권 강화 등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보고 있어 검찰과 대조적인 입장을 취했다. 대법원의
이정석 홍보심의관(부장판사)은 “상급심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될 경우 방어권 보장을 위해 징역형을 선고하고도 법정 구속하지 않을 수 있다”며 “전체 사건중 이 같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재산범죄 사건은 피고인을 구속시킬 경우 피해자에 대한 손실 배상이 힘들어져 판사가 피고인과 피해자의 금전 합의 조건으로 불구속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 부장판사는 “사업주를 구속할 경우 회사가 더욱 어려워져 채권자들이 해당 기업에 빌려준 돈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