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우즈 골프채로 치면 더 잘 맞는다?

美 사이언스매거진 실험… "성능에 대한 신뢰로 실력향상 효과"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사용했던 드라이버를 구한다면 좀 더 골프를 잘 칠 수 있을까. 유치한 공상 같지만 진짜 그럴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과학진흥협회의 주간 과학전문 저널 사이언스매거진 인터넷판은 유명 프로골퍼가 썼던 퍼터라는 사실을 믿었을 때 실력향상 효과가 나타났다는 실험결과를 소개했다. 미국 버지니아대 심리학과의 샐리 링케나우저 박사 연구팀이 실시한 이 실험은 지난 1953년 유진 헤리겔이 쓴 책 '궁도에서의 선(禪)'에서 활을 잘 못 쏘는 제자가 스승의 활을 건네 받은 후 점점 잘 쏘게 됐다는 내용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계획됐다. 링케나우저 박사는 골프를 좋아하는 41명의 학부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퍼팅을 시켰다. 두 그룹에 퍼터 하나씩을 주고 한쪽에는 "아주 좋은 퍼터"라고, 나머지 그룹에는 "벤 커티스가 직접 사용했던 퍼터(사실은 같은 모델의 제품)"라고 각각 설명했다. 커티스는 2003년 브리티시오픈 등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통산 3승을 거둔 선수다. 10차례씩 퍼트를 실시한 결과는 '커티스의 퍼터'로 친 그룹의 성공 횟수가 평균 1.5차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링케나우저 박사는 "실험만으로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플라시보(위약) 효과일 수도 있고 실험 참가자들이 커티스와 그의 뛰어난 실력을 떠올리며 쳤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스포츠 심리학자 마크 뷰챔프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술을 수행하는 능력에 자신감을 가질 때 더 잘해낸다. 퍼터의 성능에 대한 신뢰가 자신감을 강화하는지도 모른다"며 자신감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결과는 스포츠용품업체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스타 플레이어를 모델로 활용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선망하는 대상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펜실페이니아대의 문화심리학자 폴 로진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만하다. 그는 이 같은 효과를 이전 소유자의 자질을 흡수하려는 '긍정적인 감염(positive contagion)'이라고 설명하면서 "긍정적인 감염은 모든 경우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아인슈타인이 썼던 연필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멘털(심리) 게임'이라는 골프에서 관심이나 자신감이야말로 신비로운 마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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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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