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상열 고속철도공단 이사장(월요초대석)

◎대전이남구간도 계획대로 시공/내달초까지 최종 수정안 발표예정/WJE추가점검 시공·감리사도 참여/일부 불실시공문제 정밀조사후 책임밝혀 처리경부고속철도공단 이사장은 잘해야 본전인 자리다. 잘못 끼워진 고속철도 사업의 첫 단추가 해가 갈수록 후임자들에게 짐이 되고 있다. 격려와 신뢰보다 질타와 불신이 더하다. 투자비는 당초보다 3배 이상 늘 것이 분명하고 현재로서는 완공도 기약이 없다. 지금이라도 사업 자체를 그만 둬야 한다는 극단론도 있고 고속철도 구간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유상열씨가 고속철도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지난3월까지 건교부 차관을 지냈다. 고속철도 건설과정에 대해 훤히 알고 있고 그만큼 책임도 있다. 그에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대담:성종수 사회부 기자 ○시련 발판삼겠다 『고속철도 건설사업이 잘못 흘러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예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지금의 시련을 발판삼아 완벽한 고속철도를 건설하고야 말겠다.』 유이사장의 결의는 대단하다. 그가 이 다짐을 제대로 지킬 지 소신있게 정책을 추진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업무 파악에 눈코 뜰새없는 유이사장을 만나 고속철도의 현황과 향후 계획을 들었다. ―경부고속철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고속철도 건설을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고속철도 건설은 우리로서는 처음 해보는 사업입니다. 충분한 준비기간도 없이 서둘러 시작한 게 사실입니다. 이런 까닭에 기본계획 변경, 설계 변경 등 공기 지연, 부실시공 논란 등 추진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고속철도는 경부축의 교통 적체를 덜고 물류비용을 줄임으로써 지속적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것입니다. 또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어 21세기 선진국의 초석을 다지는 데도 필요한 사업입니다. 공단은 기술과 경험이 부족한 것은 솔직히 시인하지만 용기와 정직을 바탕으로 새로 출발해 이른 시일 안에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 놓겠습니다. ―설계·시공·감리로 나눠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짚어 주시지요. ▲설계는 시공 도중에 교량 형식을 두차례 바꾸고 프랑스측의 검증에 따라 설계 보완과 변경이 이뤄졌습니다. 이 때문에 공사 전반에 걸쳐 혼란과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프랑스측의 검증을 받아도 경제성이나 시공성 면에서 최적의 설계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공단 내에서도 이런 검증 내용을 기술적으로 판단해 주도적 설계관리를 할 설계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시공은 업체가 스스로 철저하게 품질관리를 하는 외국의 경우와 달리 국내는 원칙과 기본을 지키지 않는 적당주의 풍토가 여전히 남아있어 어려움이 있습니다. 감리도 보완할 점이 많습니다. 국내에는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고속철도 공사를 제대로 감리할 수 있는 전문 기술자를 보유한 감리업체가 사실상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공단은 외국업체 책임 아래 철저한 감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내 감리단이 책임 감리를 맡고 있는 구간을 올해부터 외국 감리단과 공동 감리로 계약을 바꿨습니다. 향후 발주 구간은 외국 감리회사를 주계약자로 선정할 계획입니다. ―고속철도가 지나는 곳에 폐광 갱도와 동굴이 발견돼 정밀진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미 문제가 드러난 상리터널 등에 이어 최근에는 비룡터널 등도 진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리터널에서 폐갱도가 발견돼 노선이 변경되는 등 사업 추진에 지장을 초래한 적이 있어 고속철도 전 노선 주변에 대해 폐광 현황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4개 터널은 정밀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조남1터널은 정밀조사 후 보강설계를 하고 있으며 비룡터널 등 3개 터널은 이달 중으로 정밀조사에 들어가 필요시 보강대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파악된 상황으로 보아 상리터널과 같은 노선변경은 없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지난 89년5월 고속철도 건설계획이 확정된 뒤 93년6월 1차 계획 수정이 있었습니다. 조만간 2차 수정계획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경제성 최대 중점 ▲89년 기본계획을 세울 때 5조8천4백억원이던 사업비가 93년 1차 계획수정시 불변가격으로 10조7천4백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이후 경주노선 변경, 대전·대구 지하화 등 기본계획 수정과 설계 변경, 물가 상승 등으로 공사기간 및 사업비 재조정이 불가피합니다. 늦어도 다음달 초순까지는 최종적인 수정계획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사업비와 공사기간은 어떻게 수정됩니까. ▲교통개발연구원과 공단이 함께 공기 조정과 사업비 재산정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업은 경제성을 극대화하고 국민들의 불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가능성을 꼼꼼히 검토해 완벽한 계획을 내놓겠습니다. 공사기간이 수년간 늦어지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사업비는 17조∼19조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봅니다. ―고속철도 건설을 전면 백지화하거나 대전 이남 구간은 기존 철도를 전철화해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공단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초의 계획대로 서울∼부산간 노선에 변함이 없습니다. 늘어나는 물동량 추이로 볼 때 4차선 고속도로를 하나 더 만든다 해도 2000년대 중반부터는 물류비 부담으로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대전 이남의 경우 기존 철도를 전철화해 운행하면 고속철도본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경제성도 없거니와 급증하는 교통량을 감당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WEJ의 안전진단 결과 부실공사의 책임이 모두 시공업체들에 씌워져 업체들이 공단에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또 공사 지연으로 지체상금 문제도 불거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WJE의 지적사항에 대해선 보수·보강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부 시공현장에서 부실시공 부분이 실제보다 과장돼 알려진데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추가정밀조사가 끝나면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밝혀 처리할 예정이나 품질의 하자에 대해서는 시공 회사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지체상금 문제는 공사 지연의 귀책사유가 공단에 더 많은 만큼 공기 재산정시 이를 반영할 방침입니다. ○공단조직도 개편 ―미국 벡텔사가 설계·시공·감리 등 전반에 대한 관리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공단의 공식 입장은. ▲벡텔사는 지난 93년4월부터 4년 동안 사업관리 자문을 해왔습니다. 현재 자문 실적에 대한 평가를 위해 재계약을 3개월간 연장한 상태입니다. 지난 5월 벡텔사로부터 재계약과 관련한 사업관리방식을 제안받았습니다. 사업관리에 초점을 맞춘 조직으로 개편해 유능한 국내외 인력으로 구성된 통합팀을 운영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공단은 벡텔사의 제안이 구체성이 없어 분명한 대안 제시를 요구했으며 벡텔은 조만간 공식 제안서를 내겠다는 뜻을 알려왔습니다. 제안서 접수 후 수용 가능한 최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현재의 공단 조직으로는 고속철도 건설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공단 조직을 일대 개편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공단 인력의 기술수준이 미흡해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 조직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과중한 업무와 낮은 보수로 전문 인력의 영입이 어려웠습니다. 현장중심 관리체제로 바꾸는 등 조직을 일대 개편하고 계약직제도를 활용해 우수 인력을 영입하겠습니다. 건설교통부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전문가도 지원받을 것입니다. 설계검증·시공감리·사업관리 등 전문 분야에는 외국 기술진을 적극 활용하는 등 고급 인력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유이사장 약력 ▲충북 괴산생(56세) ▲서울대 법대 졸업 ▲행정고시 6회 ▲건설부 수도권정비기획관 ▲〃 주택·도시·국토계획국장 ▲〃신도시건설기획단장 ▲건설교통부 차관 ▲국토개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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