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메르켈 BMW서 받은 정치자금 대가성 논란

지원금 받자마자 EU 배기가스 규제안 저지시켜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해 3선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사진) 독일 총리가 독일 굴지의 차량 메이커 BMW 대주주로부터 받은 정치자금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독일 정부가 유럽연합(EU)의 차량 배기가스 규제안을 저지시킨 시점과 자금수수 시점이 겹치면서 대가성 논란이 일고 있다.

독일 연방의회는 1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BMW 대주주인 콴트 일가 3명이 지난 9일 69만유로(약 9억9,000만원)를 메르켈이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CDU)에 기부한 사실을 공개했다. 전 BMW 경영인인 고(故) 헤르베르트 콴트의 미망인 요안나와 그들의 자녀인 스테판, 수잔의 이름으로 각 23만유로씩 전달됐다. 이들은 합쳐서 BMW 지분의 46.7%를 가졌으며 매년 CDU를 후원해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들이 정치자금을 지원한 후 메르켈 정부가 15일 차량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제정하려던 EU의 시도를 무산시키면서 기부금의 대가성 여부를 놓고 독일 내 여론이 달아오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회원국 환경장관들이 모여 구상했던 이번 기준안은 연비가 낮은 중대형 차량에 상대적으로 무거운 규제를 가하는 것이 당초 목표였다고 보도했다. 새 기준안이 적용되면 중대형 차량을 주로 생산하는 BMW 등 독일 업체들이 타격을 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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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CDU와 콴트 일가는 즉각 "기부금에는 아무런 정치적 목적도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지 시민단체·언론은 이 같은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로비컨트롤'의 크리스티나 데크비르트 대표는 "기부시점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유력 경제매체 한델스블라트는 "메르켈은 지난 4년 동안 자동차 대기업 임원들을 65차례 이상 총리실로 초청하는 등 지나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며 그를 "차(車) 총리"라고 꼬집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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