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차기 총리에 이해찬 열린우리당 의원을 지명함에 따라 이 지명자와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의 4년 전 악연이 새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재경부에 따르면 두 사람간의 앙금이 생겨난 것은 이른바 ‘실패한 관료론’으로 화제를 모았던 지난 2000년 5월. 당시 여당인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이 지명자는 당정협의 석상에서 이 부총리에게 독설에 가까운 힐난을 퍼부었다.
이 지명자는 당정협의에 참석한 고위당국자들에게 “여러분은 이미 실패한 관료들”이라고 쏘아붙이고 “그런데도 다른 부처나 여당,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여전히 관료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명자는 당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데 대해 “재경부 정책이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불신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으며 나 자신조차 (재경부 정책을) 믿지 않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이 지명자의 질책을 묵묵히 듣고 있다가 “죄송하다”는 말로 매듭지었지만 이 지명자가 회의장을 떠난 뒤 “최근의 경제위기설은 지난 총선(2000년 4월) 당시 국가채무공방을 거치면서 지나치게 확대된 측면이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재경부 관료들은 이 지명자의 발언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고 아직까지도 당시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고위관료들이 적지않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당시와 달리 행정부에 들어온 이상 이 지명자도 무조건적 비판보다는 이 부총리와 호흡을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겠느냐”며 일단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묘하게 지금도 경제위기론이 다시 나오고 있어서…”라며 개운치 않은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