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크로싱

개 짖는 소리 사라진 북녘 척박함 그려


탄광촌에서 일하는 남편은 둘째를 임신한 앙상한 아내가 눈에 밟힌다. 가진 거라곤 잡곡에 푸성귀 뿐. 남편은 새벽에 슬그머니 일어나 마당으로 나온다. 다음날 아내와 어린 아들 준이(신명철)에게 고기를 먹이는 용수의 표정은 어둡다. 볼이 터져라 고기를 뜯던 아들은 어디서 났느냐며 묻지만 아버지는 아무 대답이 없다. 철없는 아이는 커다란 뼈다귀를 들고 마당에 있을 백구를 찾지만 개밥그릇만 뒹구는데…. 그제서야 울음을 터뜨리는 까만 때 구정물 아들. 임신한 아내도 목이 메인다. 남편은 결핵 앓는 아내의 약을 구하러 중국으로 탈북하지만 아내는 잠자듯 꿈꾸듯 그렇게 세상을 떠난다. 눈물이 채 마르지 않았지만 홀로 남겨진 아들은 아버지를 찾아 중국으로 향하는데…. 데자뷰(Dejà vu)… 기시감(旣視感)…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 정치부 기자로 통일부를 출입하던 시절 평양과 개성 시내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말로만 듣던 북녘 땅을 찾았다는 설레임도 잠시. 북한 사회의 실상을 목격했을 때의 그 충격이란…. 흡사 60~70년대 흑백영화가 눈 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착시현상. 시내 어디를 둘러봐도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게 기억에 남는다. 동행자중 하나가 “사람 먹을 것도 모자란 판에 개밥 줄 게 어디 있겠나. 있다고 한들 여름 한철 넘기기 어렵다”고 말해 가슴을 울렸다. 북한 사회와 탈북자의 현주소를 다큐멘터리처럼 조명한 영화 ‘크로싱’이 시사회를 통해 언론에 공개됐다. 차인표가 단독 주연한 크로싱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작품. 미국 워싱턴과 프랑스 칸 필름 마켓에서 시사회를 열어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청춘영화 ‘화산고’ 등을 연출한 김태균 감독에게 전작들과 다른 작품을 연출한 이유를 물었다. 감독은 10여년 전 북한 사회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충격이 크로싱을 만들게 했다고 말한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차분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애쓴다. 자칫 신파에 흐를 수 있었는데도 카메라는 극적인 순간에도 감정을 억누른다. 덕분에 ‘엄마 없는 하늘 아래’와 같은 ‘최류성’ 가족드라마와는 분명 차별화를 이뤘다. 하지만 지나치게 ‘쿨’한 연출을 한 것일까? 눈물을 왈칵 쏟아낼 준비가 된 관객들은 클라이맥스 순간에도 흠뻑 수건을 적시지 못한다. ‘좋은 작품과 관객이 좋아할 작품은 다르다’는 충무로 격언이 떠오른다. 26일 개봉하는 크로싱이 관객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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