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사는 100억원대 자산가 박정훈(51·가명)씨는 최근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사모 메자닌펀드 투자 권유를 받았다. 이 상품은 기업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한다. 친구에게서 지난해 메자닌펀드에 투자해 연 10% 넘는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 박씨는 그 자리에서 3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사모펀드라 투자기회를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펀드는 박씨의 예상대로 개설된 지 30분 만에 당초 예정됐던 150억원을 채우고 마감됐다.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채권금리까지 상승하자 고액자산가 사이에서 메자닌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6일까지 메자닌펀드에는 1,042억원이 유입됐다.
메자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의 중간층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한 말로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모두 지닌 BW·CB 등을 일컫는다. 평소에는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에 투자하다가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자본차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이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최근의 투자환경에 적합한 투자 대안인 셈이다. 이지현 신한PWM일산센터 팀장은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채권과 주식의 중간 성격을 가진 메자닌이 주목되고 있다"며 "이달 메자닌펀드를 70억원 규모로 모집했다가 특정 법인에서 60억원을 투자해 개인고객들의 참여가 제한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수익률도 양호하다. 지난해 5월 설정된 KTB자산운용의 메자닌펀드 36개의 수익률(4월 말 기준)은 16%에 달한다. 이창행 KTB자산운용 전략투자팀 이사는 "증권사 투자은행(IB)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량기업 발행물에 투자할 경우 안전한 채권투자와 더불어 높은 자본차익을 추구할 수 있다"며 "올 1·4분기에도 약 170억원의 자금을 추가 모집해 메자닌펀드 3개를 새로 설정할 만큼 투자 수요가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메자닌펀드는 대부분 사모펀드여서 최소 가입금액이 5,000만원 정도이고 한번 가입하면 2~3년 동안 환매할 수 없어 일반 개인투자자들보다는 기업이나 자산가들에게 거의 모든 투자기회가 돌아간다.
지난해 삼성SDS·제일모직 상장 효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의 인기도 여전하다. 올 들어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7,548억원이 신규 설정됐다. 고연진 NH투자증권 대치WMC PB는 "오늘 하루에만도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에 3억원 넘는 투자금이 들어왔다"며 "절세와 안정성,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매력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1인당 5,000만원까지의 투자금에 대해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종합과세가 아닌 분리과세 혜택을 준다. '세테크가 곧 재테크'라는 원칙에 부합하는 상품인데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의 연 금융소득 조건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바뀌면서 자산가들 사이에서 절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수익률도 일반 주식형펀드보다 월등하다. 실제로 지난해 11월과 12월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잇달아 상장하면서 관련 펀드 수익률은 10%를 웃돌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없어 인기가 떨어질 만도 했지만 이달부터 본격화되는 준척급 IPO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보승 한국투자증권 분당PB센터 차장은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6월부터 IPO가 본격적으로 이어질 예정이어서 투자자들이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도 꾸준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