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토요 Watch] 스마트폰에 빠진 한국인

"김서방, 자넨 처가에 와서 애니팡만 하고 있나?"





● 실태는
성인서 청소년·어린이로 중독증후군 갈수록 확산
일상 생활에 장애 등 폐해… 심할 땐 금단 증세도 보여

● 예방하려면
보행·운전·회의 중에는 쓰지 않도록 습관 들여야
자녀 취미생활 찾아주고 스스로 기기 끄도록 유도



#1.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키우는 주부 A씨는 최근 아들이 생일을 맞아 선물로 게임 아이템을 사달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A씨가 직장에서 돌아올 때마다 아들이 늘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중독상태가 이 정도인 줄은 몰랐던 것. A씨는 요즘 스마트폰에 빠져 성적까지 떨어지는 아들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고 있다.

#2. 20대인 B씨는 해외유학 시절부터 페이스북 등 인터넷에 빠져 지냈다. 혹시 군대에 갔다 오면 나아질까 했지만 전역 후 스마트폰과 재회하면서 중독증상은 더 심해졌다. B씨는 현재 학업과 취업을 모두 포기한 채 집에서 스마트폰과 24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족들과도 갈등이 심해진 것은 물론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개인 차원을 넘어 이제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PC 시절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만 인터넷·게임을 즐기던 멀쩡한 사람도 이제 24시간 스마트폰을 끼면서 중독에 빠져드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런 스마트폰 중독은 어떤 증세를 보이고 이를 벗어날 방법은 또 무엇일까.

◇스마트폰 중독 유형 보니=스마트기기에 중독되는 유형은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한 상태인 '고위험군'과 습관적으로 과다하게 사용하는 '잠재적 위험군'으로 나뉜다. 체크 방법은 간단하다. 인터넷중독대응센터 홈페이지(http://www.iapc.or.kr)에 접속해 '중독 진단' 메뉴에 들어가 연령별과 형태별로 설문지에 답하면 결과가 바로 나온다. 총 15개 문항에 자신의 상황을 입력하면 된다.

우선 고위험 사용자는 성인 자가진단 척도 기준으로 전체 60점 가운데 44점 이상을 받은 사람이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보이며 심지어 이를 멈추게 할 경우 금단 현상까지 겪는다. 대인관계도 스마트폰으로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고 특정 애플리케이션이나 기능에 집착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스마트폰 없이는 한순간도 견디기 힘들다고 느끼기 때문에 학업이나 대인관계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심리적인 불안감과 대인관계 곤란감, 우울한 기분 등이 흔하게 나타나며 성격적으로 자기조절에 심각한 어려움을 보인다.

무계획적 충동성도 높은 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고위험 사용자군의 경우 관련 기관의 전문적 지원과 도움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잠재적 위험군은 성인 자가진단 척도 기준으로 40~43점 정도를 받은 사람들이다. 고위험 사용자에 비하면 약하지만 이들도 일상생활에 장애를 보이며 필요 이상으로 스마트폰에 집착한다.


특히 잠재적 위험 사용자 가운데 절반이 자신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느낀다는 점에서 스스로도 스마트폰 중독자라고 인지하는 고위험 사용자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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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스마트폰 중독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잠재적 위험군에 속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의 비율은 1.3%를 기록해 지난 2012년의 1.9%에 비해 다소 낮아졌으나 잠재적 위험군은 10.5%로 전년의 9.2%에 비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잠재적 위험군에서만 2012년 15.7%에서 지난해 23.1%로 7.4%포인트나 증가했다. 학령별로는 중학생(29.3%)이, 가정환경으로는 맞벌이 가정(26.8%)에서 잠재적 위험군에 속한 청소년의 비중이 높았다.

스마트폰 시장이 초창기 성인 위주에서 자제력이 약한 청소년으로까지 확대됨에 따라 초기 중독자의 비중도 급격하게 늘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 중독 예방, 왜 사용하는지 질문=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려면 우선 꼭 필요한 일 이외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보행·운전·회의 중에는 반드시 사용을 자제하고 정기적으로 자신의 스마트폰 사용습관을 점검할 것을 권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무엇을 위해 사용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고 앱도 필요한 것만 골라 설치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채팅·메신저로 온 메시지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말고 바로 답장하려는 자세를 버릴 것도 조언에 포함됐다. 스마트폰에 이제 막 관심을 갖게 된 어린이·청소년의 경우는 아무래도 부모의 역할이 강조된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시간·장소적 규칙을 세워주고 스마트폰을 강제적으로 뺏기보다는 자녀가 스스로 기기를 끌 수 있도록 유도해야 된다고 당부했다.

또 스마트폰 과다사용에 따른 유해성에 대해 자녀와 대화를 하고 건전한 사용을 위한 앱을 설치해주는 것도 한 방법으로 제시됐다. 물론 자녀의 학교생활과 친구관계를 점검하고 가족끼리 오프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을 찾는 것은 필수다. 만약 현재 스마트폰 중독상태라면 상담기관이나 병원을 방문해 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낫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대응센터는 내방·전화·온라인 상담과 놀이·미술·음악 등을 통한 예술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상담은 주 1회씩 총 20회 내외로 진행된다. 대상자의 상태와 환경에 따라 상담치료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문제 상황에 대한 역할극, 잘못된 사고방식·행동 수정, 심리검사 도구를 활용한 진단 등을 활용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인지행동 치료·단기문제해결 치료, 현실 치료, 정신분석 치료 등 다양한 상담이론을 바탕으로 대상자에게 가장 적합한 기법을 적용해 치료한다"고 소개했다.

정부 부처에서도 스마트폰 중독 현상이 최근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예방·해소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 3월 △대상별 맞춤형 교육 실시·확대를 통한 선제적 예방교육 체제 확립 △현장 중심의 생애주기별·위험단계별 전문상담 지원 강화 △유관기관 간 연계 강화를 통한 국내외 협력체계 활성화 △제도적 지원체계 구축, 전문시설 구축 확대 등을 중점 추진방향으로 정하고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말에는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전국 2만개 유치원·초중고교와 대학교·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예방교육 표준 콘텐츠 5종을 개발, 배포하기도 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대한 기능적 의존을 넘어 심리적 의존이 심화되고 있어 범정부적 차원에서 중독 대응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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