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경제 '퀀텀 점프' 기회다] <2부-5·끝> 가전

친환경·컨버전스 제품으로 "시장정체 돌파"<br>디자인·기능·마케팅등 세계최고 수준 도달<br>전세계 LCD TV 3대중 1대는 한국브랜드<br>신흥시장 공략·수요창출로 '글로벌 1위 굳히기'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세계 가전산업도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1,090억달러로 추정되는 글로벌 TV시장은 내년에 3%의 마이너스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2,130억달러로 추정되는 냉장고ㆍ세탁기ㆍ에어컨 등 생활가전 역시 -5% 성장이 예상된다. 최근 제너럴일렉트릭(GE)은 가전사업을 팔기 위해 LG전자 등 주요 업체와 접촉했지만 원매자가 없어 결국 매각계획을 철회했다. 일본의 대표적 기업인 소니는 경영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오는 2010년 3월까지 1만6,000명을 감원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글로벌 가전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의 전략은 이와 다른 방향이다. 삼성전자ㆍ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는 이번 위기를 글로벌 1위를 차지하는 부문에서는 확고한 1위를 굳히고 2~3위 분야에서는 1위를 따라잡을 수 있을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디자인ㆍ제품력ㆍ마케팅력 등 3요소에서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세계를 공략한다는 것이다. ◇전세계 LCD TV 3대 중 1대는 한국 브랜드=박종우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쇼 ‘CES 2008’에서 올해 LCD TV 판매목표를 1,800만대로 제시했다. 이후 8월에는 목표치를 2,000만대로 올렸다. 반면 연초 2,000만대 목표를 제시했던 소니는 1,800만대로 목표를 내렸다. 삼성전자의 3ㆍ4분기 말 현재 LCD TV의 누적판매량은 1,436만대로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1,336만대)을 뛰어넘어 목표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시장의 점유율은 20.1%다. LG전자의 LCD TV 판매량은 705만대로 9.9%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양사의 판매량을 합칠 경우 30% 수준으로 세계에서 판매되는 LCD TV 3대 중 1대는 우리 기업의 제품인 셈이다. 세탁기ㆍ냉장고 등 생활가전 분야에서도 국내 업체들은 세계시장에서 톱 클래스다. LG전자의 드럼세탁기는 미국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2007년 1ㆍ4분기 이후 올 3ㆍ4분기까지 7분기 연속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3ㆍ4분기 현재 점유율은 매출액 기준으로 27.5%, 판매량 기준으로 23%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또 프리미엄 냉장고 ‘3도어 냉장고’의 경우 북미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3.2%로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의 생활가전은 매출액 면에서 지난해 말 현재 월풀(196억달러), 일렉트로룩스(156억달러)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도 프렌치도어 냉장고 등을 통해 북미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가전을 통해서만도 올해 2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우일렉도 중동ㆍ중남미 시장 등을 중심으로 가전한국을 알리고 있다. ◇친환경ㆍ컨버전스 제품으로 시장정체 돌파=과거 일본 업체에 밀렸던 한국의 가전이 이처럼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통해 제품력을 향상, 글로벌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계 TV시장 최강자인 삼성전자는 2006년 이후 보르도, 2007년형 보르도에 이어 올해 크리스털 로즈 TV까지 글로벌 히트 모델을 선보였다. LG전자도 생활가전시장에서의 성공요인으로 ▦R&D투자 ▦세계 최고의 원가경쟁력 ▦북미시장의 공략 성공 등을 꼽는다. LG전자는 생산기지 70% 이상을 2000년부터 중국 등 개도국으로 옮겨 다른 업체보다 3~4년 먼저 저비용 생산구조를 갖췄다. LG전자는 중국ㆍ인도ㆍ브라질ㆍ멕시코 등 전세계 10여개국에 디지털가전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생산성도 국내 업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LG전자 창원공장에서는 10초에 한대꼴로 세탁기와 에어컨을 생산한다. 월풀의 경우 13초다. 한국 가전업체들이 성공 스토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변화된 세계 환경에 대한 발 빠른 적응이 필요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TV에서는 디지털방송 전환과 아날로그 방송 셧다운(shut down)이 전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실제 미국의 경우 내년 2월 셧다운이 되는데 불황이지만 가전 중에서도 바꿔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게 TV여서 구매 우선순위로 올라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국내 업체들이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업체들과의 경쟁격화도 예상된다. 그 동안 일본 내수시장에 주력해왔던 파나소닉이 새해 중동ㆍ러시아 시장 진출을 계기로 세계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김익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생활가전이 정체기로 접어든 만큼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디자인과 기능으로 이끌어왔다면 앞으로는 하나의 가전에 여러 기능을 복합 실현하는 컨버전스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새해 친환경ㆍ절전제품에 집중하고 브릭스ㆍ동유럽ㆍ중앙아시아 등의 거점 및 마케팅 투자를 강화, 신흥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LG전자도 TV 부문에서 세계를 북미ㆍ유럽ㆍ중남미 등 6대권역으로 구분, 마케팅 활동을 특화하는 등 시장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이학인차장(팀장), 박태준, 심희정, 맹준호, 김민형, 홍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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