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쌍방향 스토리텔링이 콘텐츠 성패 가른다

■ 콘텐츠의 미래 (프랭크 로즈 지음, 책읽는수요일 펴냄)<br>대중 참여 이끈 '다크나이트' 대박 일궈<br>콘텐츠 핵심전략·관련산업 미래등 진단



지난 2008년 미국에서 개봉한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는 무려 33주간 상영되면서 10억 달러를 벌어들여 역대 배트맨 시리즈 중에서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이 같은 흥행 뒤에는 제작진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었다. 2007년 말 제작진은 불특정 다수에게 제과점에 들러 케이크를 가져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케이크 상자에서는 휴대폰, 충전기, 전화를 켜라는 메모, 또 다른 전화번호, 조커 카드 한 장 등이 든 행낭이 나왔다. 조커 카드를 받아드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이 은행 강도 조커의 공범이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실제 영화의 초반은 조커가 은행을 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일종의 '대체 현실 게임'인 셈이다. 영화가 개봉할 때까지 미국 21개 도시에서 수수께끼와 퍼즐, 보물찾기 등 대체 현실 게임 마케팅에 참여한 사람은 1,000만 명에 달했다. 미디어와 콘텐츠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다크 나이트'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퍼즐을 풀려는 참가자들을 몰입시켜 현실 세계와 판타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대체 현실을 만든 시도였다고 해석한다. 저자는 21세기 들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Trans-media Storytelling)'이라는 혁신이 이뤄지면서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은 몰락하고 구태의연한 콘텐츠는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한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은 조밀하고 복잡한 스토리 세계를 만들어 무한한 탐험이 가능한 동시에 청중들의 적극적인 상상과 참여에 힘입어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사실 청중의 상상과 참여에 따른 쌍방향 스토리텔링은 2세기 전에도 있던 일이다. 1830년대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기술 발달에 의해 종이 제조 및 인쇄, 운송 기술이 대폭 향상되면서 출판사들은 연재 소설에 집중했다. 당시 수많은 작가 중에 두각을 나타낸 이가 바로 찰스 디킨스였다. '피크위크 클럽의 기록', '올리버 트위스트' 등을 연재하면서 인기 높은 작가로 부상했던 디킨스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스토리에 클리프행어(cliffhangerㆍ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의 극도의 긴장감) 결말을 즐겨 사용했다. 독자들은 그의 소설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그는 독자 반응에 따라 스토리를 그때그때 바꾸는 등 참여적인 마케팅을 통해 명실상부한 '파워 콘텐츠'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라디오와 TV의 등장, 영화 산업의 성장 등은 일방적인 내러티브(narrative)를 정착시켰다. 대중이 일방적인 내러티브를 소비하는 데 익숙해졌을 무렵 기존 지형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 인터넷이 등장한다. 저자는 "카멜레온과도 같은 인터넷의 영향으로 새로운 유형의 내러티브가 부상하고 있다"며 "이제 내러티브는 복수의 미디어를 통해 동시에 퍼져나가며 게임처럼 몰입도가 극대화될 수 있는 형식을 따른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대중을 지배하는 콘텐츠의 핵심 전략과 관련 산업의 미래를 조목조목 진단한다. 3D 영화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게임 '심즈'의 제작자 윌 라이트, 방송드라마 '로스트'의 데이먼 린델로프 작가 등 오늘날 엔터테인먼트를 좌지우지하는 거장들의 쌍방향 내러티브 전략을 낱낱이 펼쳐놓는다. 아울러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가 스토리텔링에 끼친 영향도 파고 든다. 저자는 "트위터의 기본 메커니즘은 사용자가 얼마나 많은 팔로워를 수집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특히 흥미로운 스토리를 발견하면 모든 팔로워에게 전송할 수 있는 리트윗(retweet) 기능은 쌍방향 스토리텔링이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콘텐츠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스토리텔링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스토리텔링이 역사적으로 몰입도가 높은 형식으로 진화해온 만큼 오늘의 참여형 미디어와 콘텐츠가 미래에 더 많이 생겨나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2만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