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눈물겨운 팻감

제11보(124~135)



백24가 놓이자 이 부근에 남아있던 갖가지 뒷맛이 모두 사라졌다. 백진이 철옹성처럼 튼튼해진 것이다. 백26과 32는 전혀 손해가 아닌 팻감들이다. 그러나 흑29는 너무도 눈물겨운 팻감이다. 자체로 5집 이상의 손해. 프로라면 절대로 쓰지 않는 팻감을 이창호가 쓰고 있다. 14세의 소년기사 박정환이 말한 그대로였다. 박정환은 패가 시작될 무렵에 말한 바 있다. “흑이 결사적으로 패를 이기겠지요. 패를 지면 끝장이니까” 흑35 역시 눈물겨운 팻감이었다. 이 팻감을 보자 이세돌의 손길이 멎었다. 흑35는 꼭 받아줘야 하는 절대팻감이 아니다. 듣지 않아도 되며 흑이 다시 한 수를 두어도 또 패가 나게 되어 있다. “이세돌이 듣지 않을 거야”(박승철) 검토실의 바둑판 위에 가상도가 만들어졌다. 참고도의 백1로 패를 해소하는 그림. 다시 패가 발생하는데 백은 3으로 먹여치고 백9로 두는 수단이 있다. 하변의 패는 백이 지게 되지만 좌하귀의 백이 흑돌 11개를 잡으면서 부활한다. 게다가 우하귀는 백13, 15로 간단히 수습된다. “이것으로 집 차이가 많이 난다. 백의 완승국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원성진) “아니야. 이세돌의 기질상 받아줄 가능성이 커. 자체로 손해 팻감이니까”(이용수) “하지만 백도 다음 팻감이 없잖아”(박승철) “없긴 왜 없어. 좌하귀를 살자는 팻감이 있잖아”(이용수) 이용수4단의 예측이 맞았음이 곧 증명된다. 이세돌은 상대방이 쓰는 손해팻감을 다 받아먹는 체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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