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눈먼 보조금' 2013년까지 도려낸다

올 일몰 국고보조금 사업 구조조정<br>선심성 예산편성 등 영향 불과 5년만에 37% 급증 관리소홀로 횡령등 잇달아<br>방치땐 나라살림살이 위협 불요불급한 지출에 메스


#1. 지난 7월7일 전라남도와 진도군은 감사원에서 국가보조금 집행과 관련해 주의 요구를 받았다. 특정 종교의 교리전파를 주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2008년부터 총 9,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했기 때문. 그나마 해당 보조금은 당초의 지원 목적과도 다르게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2. 6월12일에는 정부가 거액의 보조금을 부당 지급한 사례를 감사원이 적발했다. 유류 인상에 따른 운송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지난해 1조9,476억원 규모로 제공된 유가보조금 중 무려 147억원이 다른 타이어 교체, 편의점 거래 등 엉뚱한 곳에 지원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매년 수십조원씩 집행해온 국고보조금이 공공연히 '눈 먼 돈'으로 전락해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고보조금은 공공의 목적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지방자치단체나 민간단체 등에 지원돼왔는데 관리가 소홀하다 보니 애초에 자격이 없는 곳에 제공되거나 횡령ㆍ오용 등의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올해 처음 '보조금 일몰제'를 도입한 것도 이 같은 국고 낭비의 난맥상을 바로잡기 위한 차원이었다. 보조금 규모가 매년 비대해져 이제는 정부 연간 재정지출의 10분의1을 넘어섰는데 불요불급한 지출에 메스를 대지 않고 방치했다가는 나라의 살림살이에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고보조 사업규모는 2007년 32조원이던 것이 불과 5년 만에 36.6%나 증가해 올해 예산에는 43조7,000억원에 이르렀다. 더구나 최근 정치적 표심을 잡기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선심성 예산편성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 부실 위협은 한층 커지고 있는 상태. 감사원이 지난해 대대적으로 실시했던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8,000만원 이상의 국고보조금을 받은 민간단체는 543곳에 달하는데 이들에 지급된 나랏돈 4,654억원 중 11.4%(532억600억원, 179개 단체)가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례였다. 공공기관에 지원된 보조금 역시 관리가 일원화되지 않고 문화체육관광부ㆍ환경부 등 각 부처에 분산되다 보니 서로 비슷한 성격의 사업에 중복 투자되는 일이 잦았다. 이처럼 밑 빠진 독이 된 국고보조금도 앞으로 2년간 대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정부의 위촉을 받아 출범한 민간평가단(보조사업존치평가단)이 올해 일몰 대상에 오른 254개 국고보조사업 중 약 44%에 달하는 86개 안팎의 사업을 구조조정할 것을 8월 말 정부에 권고한 것이 시발점. 평가단이 올해 심사한 보조사업은 전체 국고보조사업의 3분의1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앞으로 매년 3분의1가량씩 보조하게 될 경우 오는 2013년이면 '한 바퀴'를 돌게 된다. 이번 일몰제 심사와 관련해 관계 당국자는 "재정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사업이라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 불요불급하거나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면 폐기 대상으로 분류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지자체에 돈을 지원했는데 관할 동사무소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책상 머리에 앉아 서류만 보고 자금을 집행했다거나 하면 사업 취지가 좋아도 폐지되거나 사업 규모감축ㆍ방식변경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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