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탄탄한 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IT 강국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IT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다.
핵심부품이나 장비는 여전히 외산에 의존하고 있을 뿐더러,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쟁력은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친 다는 게 그 근거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이용률을 자랑한다면서도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게임과 채팅, 음란물이 고작이라는 한숨까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술 로열티로만 1조2,000억원을 지불했다. 6조원대 순익의 20% 수준이다. 특허 보유로 치면 어느 글로벌 기업에도 뒤지지 않는 삼성전자가 이 정도였다면 다른 기업들의 사정은 볼 것도 없다.
수출 1등 품목으로 부상한 휴대폰의 경우 수출액의 약 42%가 핵심부품에 대한 로열티로 빠져나간다. 한 연구기관의 내부 조사자료에 따르면 한때 67%선까지 올랐던 휴대폰 부품 국산화율은 최근 56%까지 떨어졌다.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반도체 시장의 약 4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속에서 한국의 존재는 극히 미미하다. 수출은 커녕 한정된 내수에서조차도 몇몇 글로벌 업체들에 시장을 고스란히 내주고 있는 판국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 122개사의 매출은 전년보다 1.1%가 감소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삼성SDS, LG CNS 등 대기업을 제외하면 매출 감소세는 6.8%로 늘어난다.
여기에 인터넷 보급률과 이용시간은 세계 1위지만 대부분은 게임이나 채팅, 음란물 등을 이용하는데 소비된다. 지나치게 소비적 이용에만 치우치다 보니 창조적 콘텐츠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인터넷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컴퓨터 바이러스 피해가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고, 해킹의 국제 경유지 1, 2위를 다투는 곳도 한국이라는 사실은 인터넷 강국의 부끄러운 그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