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내 파행으로 민생 외면한 국회
부동산 관련 후속법안과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 등을 놓고 여야간 타협점을 찾지 못한 정기국회가 끝내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 해마다 12월만 되면 일정을 넘겨 임시국회를 소집할 정도로 효율성이 떨어진 국회가 급박한 민생에 대한 배려 없이 멱살잡이와 고성으로 과거의 구태를 재연한 것이다.
사실 부동산 관련법안만 해도 일방처리나 실력저지에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열린우리당이 지난 7일 밤 조세심사소위에서 표결을 강행했지만 9일 재경위 처리방침을 연기한 것을 보면 협상보다는 힘겨루기를 통해 기선을 제압해보자는 저의가 엿보인다.
반면 예결위를 제외한 모든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겠다는 한나라당도 설득력이 모자라기는 마찬가지다. 심의과정에서 당론이 오락가락한 것부터가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부동산 관련법안 처리와 감세안을 맞바꾸자는 발상도 아귀가 맞지않는다.
더욱이 의장직권으로 상정한 사학법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여당 수행비서와 운전기사들이 출입구를 봉쇄하고 야당측이 스크럼을 짜고 달려든 것은 새 정치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바람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몸싸움과 '대리투표' 시비로 폐회한 100일간의 올 정기국회를 바라보면서 협상과 절충의 묘를 살리는 선진정치가 언제 이루어질지 그저 답답한 심정이다.
올 정기국회는 이미 예산안 처리부터 예외 없이 법정기한을 넘겨 빈축을 샀다. 여야가 법안을 낼 때는 재원마련 대책도 없이 유권자에게 생색만 내더니 막상 예결위 축조심의에서는 당리당략과 지역사업 끼워넣기에 혈안이 되어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입법부부터 법을 지키지 않는 관행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셈이다.
따라서 국회는 말로만 민생과 협상을 내세우지 말고 임시국회부터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나머지 현안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또다시 '날치기'를 유도하거나 대다수 국민이 바라지 않는 선명성을 앞세운다면 국정과 민생의 어려움은 또다시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야는 타협이라는 미명 아래 나눠먹기식 법안 처리에 나서는 일도 없어야 한다.
입력시간 : 2005/12/09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