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홍콩 증시에 상장된 마카오 카지노업체인 아오보는 투매현상이 빚어지며 주가가25.5%나 폭락했다. 하루에 200억위안이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아오보는 마카오의 '카지노 제왕'이라 불리는 스탠리 호가 소유한 회사다. 이 같은 카지노업체 주가의 급락은 다름아닌 거액 도박꾼들의 든든한 돈줄 역할을 해왔던 중국 본토의 회색 자금줄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불안감에서 촉발됐다. 마카오 카지노 시장은 중국 경제의 급성장을 타고 본토로부터의 카지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지난 2006년 미국의 라스베가스를 앞지르는 등 날로 번창해왔다. 최근 발표된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마카오 카지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상승한 26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카지노에서 활동해온 거액 도박꾼들의 자금줄이었던 지하 금융라인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카지노업체의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지 도박업계에 따르면 도박꾼과 개인 및 지하 카지노 투자자를 연결시켜주는 이른바 '정킷(Junket)'이라 불리는 중간 매개그룹들이 투자자금 조달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바클레이즈 캐피탈도 얼마전 한 보고서를 통해 "원저우 상인들이 사설 금융에서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을 감안하면 이번 원저우 상인의 위기는 전체 사설 금융 시스템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본토, 특히 중국의 유태인으로 불리는 저장성 원저우 상인들이 이들 정킷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해왔는데, 이들 원저우 상인들이 최근 중국 정부의 통화긴축 정책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자금 회전이 막히자 신규 도박 투자 자금은 물론 기존 카지노 투자금도 회수하고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중국 현지언론들은 개혁개방 30년 동안 부동산, 광산, 원자재 투기 등 돈 되는 것이면 발빠르게 투자에 나서 대표적 상인집단으로 자리매김했던 원저우 상인들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재에 밝아 중국의 유태인으로 불리는 원저우 상인들은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에 나서자 신속히 주택 등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면서 짭짤한 수익을 챙겼다. 이어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이 규제에 나서면서 시중 자금줄이 마르자 원저우 상인들은 올 들어 고리대금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고리대금업은 자기 발등을 찍는 결과를 초래했다. 100%가 넘는 살인적인 고금리를 견디다 못해 급전을 받은 중소기업들이 연쇄 도산하면서 고리대금업자들도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 같이 원저우 상인들이 자금 위기에 처하면서 마카오의 카지노 산업도 직격탄을 맞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마카오 카지노 자금줄 경색에 대한 우려는 최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한 카지노 투자포럼에서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마카오에서 샌즈 차이나라는 카지노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라스베가스 샌즈그룹의 롭 골드스테인 영업담당 사장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마카오의 정킷들이 자금을 조달하는데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라스베가스 카지노는 자금 조달의 대부분을 증시에 상장돼 있는 카지노 운영업체들이 직접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 부분의 도박 자금줄을 다분히 회색 지대에 놓여있는 사설 투자자금에 의지해 온 마카오 카지노의 경우 원저우 상인을 비롯한 중국 지하금융시스템의 위기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