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죽느냐 사느냐

제6보(85∼100)



대마를 잡았다고 해서 바둑을 이기는 것이 아니다. 대마를 잡고서 바둑을 진 경험을 애기가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대마를 잡으면 성취감과 희열로 기묘한 흥분상태가 된다. 이 흥분이 승부혼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공연히 인심을 쓰게 되고 쉬운 길로만 가고 싶어진다. 콩지에가 지금 그러한 흥분에 사로잡혀 있다.

탈주보다는 제자리에서 두 집 내고 사는 편이 신상에 이롭다고 생각한 콩지에. 흑85로 제자리에서 살겠다고 했는데 이것 역시 문제의 수순이었다. 죽창으로 콱 내지르듯이 백90으로 들이대자 순식간에 판이 크게 흔들린다. 그 전에 둔 백86과 88은 아마추어들이 음미할 필요가 있다. 이 기분좋은 두 수순을 활용하기 위하여 이세돌은 우변의 백대마를 일부러 죽인 것이었다.

"기가막히네요.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그렇게 운다더니…."(박해진)


시인이며 바둑평론가인 박해진이 검토실에 들어왔다가 감탄, 또 감탄이다. 하긴 그렇다. 백이 우변의 백을 패로 살리자고 했더라면 참고도1의 백1 이하 백7로(5는 2의 아래) 두게 되었을 것인데 백3과 흑4의 교환은 만약에 백이 패를 져서 백대마가 모조리 잡히는 경우에 끝내기로 상당한 손해이다. 실전보의 백88, 흑89로 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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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91로 물러선 것은 어쩔수없는 수순. 송태곤은 참고도2의 백1 이하 백15를 사이버오로 생중계 사이트에 올렸다.

"중앙의 흑이 살면 흑승이고 잡히면 백승이지요. 쌍방이 떨리는 싸움입니다. 불리했던 백으로서는 절호의 승부처를 얻은 셈이고 희희낙락이던 흑으로서는 벼락을 맞은 셈이지요."(송태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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