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 찾아온 지루한 장마와 이어지는 폭염. 이 같은 기상현상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한반도 기후가 어느새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수천년 동안 이땅에서 살아온 소나무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열대 기후란 고온, 건기와 우기가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온난화는 지구촌을 아열대 기후로 몰아넣고 있는데 어느 새 한국도 영향권에 들면서 제주도는 이미 아열대 기후권에 편입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21세기 말쯤에는 서울을 포함한 남한 전역이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아열대 기후권에 진입, 기후 환경이 180도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마저 내놓고 있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올해 유럽과 미국 등 전세계는 사상 유례 없는 폭염과 폭우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이상 기후 원인으로 여러 요인이 지목되고 있지만 주범은 바로 지구온난화다. 지구온난화는 지난 20세기 지구의 평균 온도를 0.6도 올려 놓았다. 한국도 1.5도 상승시켰다. 작은 온도 변화지만 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한 선물의 위력은 크다.
기온이 오르면 해수면 온도도 올라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태풍의 에너지도 커지게 되는 셈이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수증기 함유량은 7%가 상승한다. 결국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비가 내리게 되는 것이다.
◇한반도의 온난화=한반도는 과연 어떨까. 올 여름 한국은 온난화 진행에 따른 아열대 기후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우선 장마시기 강우량이 3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정체하면서 많은 비를 퍼부었다. 전국 평균 강우량은 무려 717.3㎜로 73년 이후 최대 강우량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은 올 장마 기간 동안 무려 958.4㎜의 비가 쏟아졌는데 이는 66년(1,031.5㎜)에 이어 사상 두번째로 많은 양이다. 열대야 일수가 증가하는 것도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의 열대야 일수는 1900년대 초반에 비해 최근 들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 기상청 분석이다. 특히 대도시에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실제 1930년대 서울의 평균 열대야 일수가 7일인 데 비해 1990년대는 이 일수가 22.5일까지 늘어났다.
◇겨울이 없어질까=온난화에 따른 한반도 온도 상승은 우리에게 겨울을 앗아갈지도 모른다. 1920년대와 최근 10년간의 계절 일수를 서울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가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평균 기온이 20도를 넘는 여름 일수가 103일에서 130일로 한달가량 늘어났다. 이에 비해 평균 기온 5도 이하의 겨울 일수는 150일에서 102일로 50일 가까이 줄었다. 겨울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온난화. 이를 경고하는 메시지는 적지않다. 온난화는 당장 침엽수인 소나무의 생존을 어렵게 한다. 자연스럽게 활엽수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다도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9년간 해수면이 연평균 5.4~6.6㎜씩 상승하고 있으며 서해와 남해도 빠른 속도로 해수면이 올라가고 있다. 이는 지구 전체 연평균(2.8㎜)보다 훨씬 속도가 빠른 것이다.
소방방재청은 2100년에는 우리나라의 범람 가능지역이 한반도 전체 면적의 1.2%에 해당하는 8억평에 달하고 이 지역 주민 125만명이 고지대로 이주해야 할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스키장이 사라지고 저지대 해수욕장이 모두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찾아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