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문화콘텐츠가 미래 먹거리다] 황폐화 도시, 문화 입히면 살아난다

저성장·실업도시 영국 리버풀, 미술·박물관 들어서며 재탄생<br>공예의 고장 일본 가나자와는 체험공간 만들어 관광 명소로

지난 1990년대 후반 비틀스와 축구의 도시 리버풀. 제조업 중심 성장이 한계에 달하며 저성장과 실업으로 골머리를 앓던 영국의 대표적인 상업항구도시였다. 18세기 노예무역으로 번성한 후 세계적인 무역항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2차 세계대전 후 산업구조의 변화로 침체를 거듭해 가난과 실업의 대명사로 전락한 것이다.


영국이 고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크리에이티브 브리튼(Creative Britain)'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창조경제에 돌입하면서 리버풀도 달라진다. 역사성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문화의 기운을 불어넣으면서 쇠락하던 항구도시가 젊은 문화의 도시로 재탄생했다. 설탕과 담배 등 무역품들을 보관했던 앨버트 독의 거대한 창고건물에는 세계적인 미술관인 테이트 리버풀을 비롯해 비틀스 스토리, 해양박물관과 국제노예박물관 등이 들어섰다. 리버풀은 2004년에 항구 주변지역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가 하면 2008년에는 '유럽의 문화수도'라는 명예까지 안았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매년 4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대표적인 문화 명소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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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헤드는 1970년대 마거릿 대처 정부의 광산 폐쇄정책으로 지역경제의 주축이던 석탄ㆍ철강산업이 무너진 데 이어 기계 등 다른 분야에서도 아시아 신흥국에 밀리며 1980년대에는 실업률이 무려 20%를 넘어섰다. 하지만 대규모 문화 중심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지금은 대표적인 창조도시로 우뚝 섰다. 세계적 수준의 음악당인 세이지 게이츠헤드와 볼틱현대미술관, 그리고 뉴캐슬과 게이츠헤드를 연결하는 보행자 전용 다리인 밀레니엄 브리지가 있어 자연스럽게 뉴캐슬의 방문객까지 끌어들인다. 이에 따라 인구 20만명에 불과한 게이츠헤드는 연간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하고 40억파운드(6조 7,500억원)의 수익을 창출하는 도시로 거듭났다.

문화를 접목해 도시를 재생한 사례는 아시아권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 혼슈 중앙부에 위치한 인구 46만명의 도시 가나자와(金澤)로 방문하는 관광객만 한 해에 700만명에 달한다. 1996년 문을 연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은 창조도시 가나자와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80년 역사의 방적공장이 1993년 문을 닫자 시 당국은 이곳을 인수해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했고 공장과 창고는 음악ㆍ미술 등 다양한 창작활동 공간으로 바뀌었다. 메이지시대 지어진 민가들을 보존해놓은 사립박물관이었던 '창작의 숲'은 2005년부터 시민들이 판화ㆍ염색ㆍ직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상당수 주민들이 공예를 생계로 삼고 있고 지역의 기업 대부분이 공예ㆍ방직업체라는 점을 활용해 전통을 창조경제에 접목한 것이다. 현재 가나자와시에는 전통에 기반을 둔 사업체가 1,000개가 넘으며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도 4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가나자와 사례는 대도시의 생산 거점이나 지사로 전락하지 않고 지역에서 자생한 전통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시의 가치를 재창조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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