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경제민주화 유감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3%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취약점으로 꼽혀왔던 설비 투자와 민간소비가 다소 나아질 조짐이라는 소식이 있어 다행스럽다.

그러나 여전히 건설 분양 시장은 얼어붙었고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심각하다. 경제민주화가 역주행해 중소기업 경영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난해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무렵 본격적으로 등장한 '경제민주화'. 처음부터 필자는 이 말이 너무 고급한 표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오너 일가의 부당한 편법 증여 행위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는 이윤이 나는 기업이나 하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하도급을 받거나 건설 원가를 낮추기 위해 관계 회사를 만들어 '생계형'으로 영업하는 중소건설 업체나 중소기업은 증여세 부담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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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은 관계 회사 간의 매출 거래가 50%를 넘으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요, 동일인 지분 5% 이상이면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기업에 재정 부담은 물론 세금 부담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를 피하기 위해 회사를 합병하거나 관계 회사 지분을 정리하고 신규 회사를 만드는 등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 동원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경제계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도입된 후 이를 피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기업 간 바꿔 몰아주기 편법을 만들어내는 등 각종 부작용으로 최근 시장은 더 혼탁해졌다고 아우성이다. 대기업들이 물량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동원하면 할수록 중소기업이 설 땅은 더욱 좁아지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된 대기업 규제가 오히려 중소기업을 옥죄고 위협하는 꼴이 돼버린 셈이다.

필자는 전국 상공회의소 모임에서 진정한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어음제도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어음제도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만들어놓은 결제 방식이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사라진 지 오래다. 어음을 쓰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다. 건전한 중소기업을 살리고 육성시키기 위해 근절시켜야 하는 것이 불법 어음 유통이다.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을 키워가도 정해진 기일의 어음 결제 때문에 극도의 불안과 강박으로 시달리고 가정마저 파괴될 것 같은 불안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헤아리기 힘들다.

그것이 중소기업이 견뎌내온 척박한 경영 환경이고 정치하는 사람들이 뼛속 깊이 새겨들어야 할 중소기업의 역사다. 요즘 기업하는 사람이 애국자라고 격려하는 고위 공직자들의 마음 깊은 위로에 감동돼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있다.

지금의 경제민주화로는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중소기업을 살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일감 몰아주기에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제외시키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을 정부와 정치권이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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