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절약이 에너지다] <1부> ④ 대담

"백색인증제 도입, 공급자가 에너지 효율 높이게 해야"<br>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VS 해리 프뢸스 IEA 수요관리 연구 총괄책임

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해리 프뢸스 IEA 수요관리 연구 총괄책임

목표관리·신재생공급의무등
기업 대상 제도만으론 한계
소비자 직접 규제도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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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업체에 적정 목표 부여
효율 향상 가장 효과적 수단
유럽·美등서도 시행 잇따라
고유가에 일본의 원전사고 악재까지 겹치면서 전세계가 에너지 정책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원전의 안정성이 도마 위에 오르는가 하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주요 이슈로 떠오른 것이 바로 에너지 이용의 효율을 높이는 문제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에너지 안보와 온실가스 절감을 위한 에너지 효율 향상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공급회사들이 최종 에너지 소비자들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책임지도록 하는 이른바 '백색인증제도'가 선진국에서 잇따라 시행되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와 관련한 제도도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19일 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과 해리 프뢸스 IEA 수요관리 국제공동연구 총괄책임을 만나 백색인증제도에 대해 들어봤다. 프뢸스 총괄책임은 21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에너지 공급자 효율 향상 의무제도' 국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최근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들이 백색인증제도를 잇따라 채택하고 있는데 어떤 제도입니까. ▦해리 프뢸스 총괄책임=쉽게 이야기하면 정부가 설정한 에너지 효율 향상 목표를 전력이나 가스 공급업체들에 배분해 의무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달성하지 못할 때는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인증서 거래시장에서 돈을 주고 부족량만큼의 인증서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죠. 현재 프랑스와 이탈리아ㆍ영국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같은 개념의 제도(EEERS)를 24개 주에서 운영 중입니다. 특히 미국은 각 주에서의 시행성과가 높아 현재 연방 차원에서 제도시행을 위해 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유럽에서 이 제도가 먼저 시행됐는데 추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프뢸스 총괄책임=유럽연합(EU)은 에너지 수요의 50% 이상을 외부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오는 2030년에는 그 비중이 70%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EU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지난 1990년 대비 20% 줄이기로 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에너지 이용 효율 향상을 위해서는 백색인증제도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제도를 발 빠르게 도입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목표관리제와 신재생공급의무제 등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백색인증제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태용 이사장=목표관리제나 신재생공급의무제도는 주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제도입니다. 소규모 에너지 사용자인 가정이나 상업건물 등은 적용범위 밖에 있는 셈이죠. 에너지효율등급제도나 고(高)효율기기인증제도 역시 제조단계에서만 적용됩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에너지 소비자가 고효율기기를 적극적으로 채택해 사용하도록 지원하는 데는 제도적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국내의 에너지 소비 패턴이 과거 산업 부문에서 점차 가정과 상업 부문으로 이전하는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에너지 공급자 효율 향상 의무제도 도입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에너지 최종소비자의 효율 향상을 위해 에너지 공급자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것입니까. ▦프뢸스 총괄책임=가정과 상업 부문의 사용자들은 우선 규모가 작고 에너지 절약에 대한 필요성과 정보 역시 부족해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에너지 사용 규제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에너지 공급사는 회사의 존립과 향후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쳐 고객의 에너지 사용 행태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에너지 공급자로 하여금 사용자를 대신해 수요관리, 특히 효율향상사업을 추진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죠. ▦이 이사장=국내 에너지 공급사도 기존의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라는 한정적인 존재가치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합리적인 에너지 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환경 및 에너지 대책에 적극적인 기업 이미지를 선보임으로써 미래 에너지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경우 전력회사 입장에서는 발전소나 송배전 설비를 그만큼 확충하지 않아도 돼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이 되는 셈이죠. -인증서 발급과 거래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또 국내에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기대효과는 어느 정도입니까. ▦프뢸스 총괄책임=백색인증서 발급은 의무대상자인 에너지 공급자 외에도 에너지절감전문기업(ESCO)이나 대규모 소비자 등 시장주체가 직접 소비자에 대한 에너지 절감 서비스를 제공해 달성된 절감실적에 대해 인증서를 교부받을 수 있습니다. 이 인증서는 에너지 공급사 간 매매를 합니다. 인증서 거래가격은 시장에 의해 결정되고 범칙금의 설정값에 따라 거래가격의 상한선이 정해집니다. ▦이 이사장=이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되면 우선 목표량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10년 동안 전력은 6,000만㎿h, 가스는 60억㎥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는 아파트 3인 기준으로 약 100만가구가 전기는 17년, 가스는 13년을 사용할 수 있는 양입니다. 온실가스도 10년간 4만3,000톤CO2를 저감하는 효과가 있어 이를 시장가치로 따지면 7,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백색인증제가 국내에 도입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항에는 어떤 게 있습니까. ▦프뢸스 총괄책임=무엇보다 에너지 공급사에 적정한 목표를 부과하기 위한 관련 기반구축 연구와 목표달성 여부 검증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우선입니다. 또 시장 메커니즘을 이용한 공적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운영체계를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이 이사장=그동안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에너지 관련 전문기관으로부터 연구용역을 실시해왔습니다. 또 에너지 공급자가 추진한 효율향상사업에 대한 측정이나 검증 프로세스도 도입했습니다. 앞으로 국내 에너지시장 상황에 맞도록 제도도입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진행해 국내 에너지 이용 효율 향상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백색인증제도(White Certificate)=에너지공급자효율향상의무제도를 말한다. 전력이나 가스 등 에너지 공급회사들이 최종 소비자들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부여한 절감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목표치에 미달할 때는 인증서거래시장에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이나 타 에너지 공급사로부터 구매해야 한다. 반대로 초과 달성할 때는 이월하거나 타 사업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연내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현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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