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는 곧 새로운 중동특수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라크 경제가 원유수출 확대를 통해 활력을 되찾으면 쿠웨이트 등 인접 국가들의 경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라크의 전후 복구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내기업 진출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 UN의 경제제재해제와 함께 이라크에 대한 수출입제한조치를 철폐할 계획이다.
◇앞으로 1~2년내에 수출규모 13억달러로 늘어날 전망=경제제재가 해제되면 일단 이라크는 원유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지금까지는 수출은 인도적 목적의 물품구입으로 제한됐기 때문에 원유수출을 확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경제제재가 풀리고 유전 복구사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이라크는 원유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다.
KOTRA에 따르면 경제재재가 풀리면 이라크의 석유생산량은 현재 하루 300만배럴에서 1~2년 후에는 400만배럴, 3~5년 후에는 600만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석유 생산량이 늘어나면 구매력도 높아져 연간 수입규모도 현재의 110억달러에서 1~2년 후에는 150억달러, 3~5년 후에는 25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경제제재가 풀린다 해도 당장은 원유수출 및 구매력이 확대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1~2년안에 이라크에 대한 국내기업의 수출규모가 10억달러의 건설수주를 포함해 모두 13억달러안팎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중장비ㆍ자동차ㆍ가전제품수출유망=현재로서는 2~3년은 지나야 이라크가 과거의 구매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복구수요에 필요한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으로 보인다. 현재 단기적인 수출 유망품목으로는
▲불도저 등 건설중장비
▲조립식 주택
▲의료기기
▲원유배관용 파이프
▲전력용 발전세트 등이 꼽히고 있다. 석유수출확대에 힘입어 구매력이 늘어나면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등의 수출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이라크에는 현대차 등 국산차가 모두 4만대에 이르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국산제품 가운데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자동차, 가전, 유무선통신기기 등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업체 미수금도 회수할 것으로 기대=이라크의 경제가 회복되면 과거 이라크정부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대금도 회수될 수 있다. 현재 현대건설 등 국내 업체들이 이라크에서 회수하지 못한 채권규모는 약 15억달러(이자 포함)에 이르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석유수출확대를 통해 재정이 늘어나는 대로 이라크는 국내기업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대한 채무를 상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모든 업체들이 미수금을 회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을 제외하곤 적극적인 채권보전 노력을 기울인 업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현재까지 6개월 단위로 이라크 정부로부터 채무확인을 받는 한편 미국ㆍ영국 법정에서 채권종료 무효 소송을 제기해 적극적인 채권회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정부, 외교관계 복원 및 재건 사업 적극 참여=정부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이라크 복구 및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방침을 결정했다. 이는 당분간은 민간 수요보다는 도로, 교량 복구 등 이라크 정부의 공사 발주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공여 대상국가에 이라크를 포함하는 한편 이라크산 원유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돼야 앞으로 들어설 이라크 정부가 국내 건설 및 플랜트 업체를 배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