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안심리 확산ㆍ해외이주 관심높아

프라이빗뱅킹(PB) 전문가들을 통해 조사한 우리나라 `부자`들의 최근 재테크 성향과 경제에 대한 인식은 `경제에 대한 비관ㆍ불안` `안정 지향의 보수적 투자` `부동산 선호`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거액 자산가들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함께 해외이주에 높은 관심이 보이는 등 극도로 불안한 심리 상태를 드러냈다. 서울경제신문은 작년 10월에도 이와 같은 조사를 실시했던 6개월전과 비교해 재산가들의 불안심리는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산가층 안정지향성 더욱 두드러져=거액 자산가층의 투자성향은 역시 `안정지향, 부동산 선호`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부자들이 여유자금을 운용할 때 가장 중시하는 요인으로 `안전성`이라는 응답이 88%로 단연 수위였고, 이어 `비밀보장(6%)`과 `수익성(4%)` 순이었다. 6개월전 조사 때의 `안전성` 응답비율이 81%가 견줘 더욱 강해지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는 이라크전쟁, 북핵문제 등 최근의 불안요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성향은 투자대상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자산가층이 가장 관심을 갖는 투자대상은 `부동산`이 7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저축상품(11%)과 주식(5%), 해외투자펀드(5%) 등이 뒤를 이었지만 부동산 선호도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작년 10월 조사때 부동산선호도가 66%였던 것에 비해 그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는 점이다. 당시에 비해 최근의 부동산경기가 더 썰렁한데도 부자들의 부동산으로의 `쏠림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금리는 떨어지고 물가는 뛰어 실질 이자소득을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불안심리가 커질수록 `땅`을 찾는 부자들의 전통적인 투자패턴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구체적인 투자대상 부동산으로는 아파트(26%)보다 상가(43%)가 더 높아 아파트는 점차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개월 전 조사에서는 아파트 선호도가 53%로 가장 높았고 상가는 33% 에 불과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토지와 주상복합건물이 각각 19%와 9%의 응답률을 보여 아파트와 상가로 한정돼 있던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경제에 대한 불안감 더욱 커져=자산가층의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는 극에 달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응답이 90%(매우 비관적 12%, 대체로 비관적 78%)나 됐다. 작년 10월 조사 때의 응답률이 75%였던 점을 감안하면 6개월새 경제비관론이 자산가층 사이에 더욱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새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라는 응답(69%)이 긍정적(9%)이라는 응답을 압도했다. 부자들의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예금의 만기구조가 단기화되고 있는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번 조사에서 33%의 응답률을 기록한 `1년 이상 장기예치 선호`는 이번 조사에서 10%로 급락했다. 대신 3개월 미만(12%), 3~6개월 만기를 선호한다는 응답(43%)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길게 예금을 맡겨두기 보다는 상황 변화에 대비해 단기로 예치하려는 심리가 팽배해진 것이다. ◇부자들, 한국을 떠나고 싶다= 해외이주를 고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조사결과를 통해 부유층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 PB고객들이 해외이주나 이민에 관심이 높다는 응답률이 42%에 이른 반면 관심이 낮다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동시에 자산가층의 해외송금이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53%)이 줄고 있다는 응답(6%)을 훨씬 앞질러 `해외 이주에 대한 관심`과 `해외 송금`간의 상관 관계를 짐작케 하고 있다. 한편 PB서비스를 받고 있는 부유층들 가운데 이미 외국 국적자 또는 영주권 취득자나 해외거주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의 1~5%가 이러한 경우라는 응답이 29%, 5~10%라는 응답이 24%를 차지했고 10~20%라는 비율도 17%나 됐다. 외국 국적ㆍ영주권과 같은 민감한 문제는 고객들이 밝히기 꺼려하는 사항이어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해외국적을 갖고 있는 고객들의 자녀들까지 계산한다면 그 비율은 실제로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의 이중국적자`가 이미 부유층 사이에는 보편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관련기사



조의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