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 인사이드] 학교 불법 찬조금도 기승

"아들이 전교 부회장인데 200만원 정도…"<br>신학기 연례행사로 규모도 커<br>물품비용 명목 수십억 모금도<br>처벌 규정 없어 해마다 되풀이


# 지난해 3월. 중학생 아들을 둔 주부 A씨는 어느 날 전교 학생회장의 엄마인 B씨로부터 난감한 요구를 받았다. A씨의 아들이 전교 부회장으로 뽑혔으니 150만~200만원의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황한 A씨에게 B씨는 "학기 초에는 선생님들께 떡도 돌려야 하고 1년 동안 여러모로 돈을 써야 한다"며 '아이가 임원이면 관례적으로 돈을 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눈치를 줬다. ◇피할 수 없는 신학기 관행= 신학기가 되면 촌지만큼 학부모를 괴롭히는 것이 불법찬조금이다. 학부모와 교사가 개별적으로 접촉해 건네지는 촌지와 달리 찬조금은 학급 물품비용이나 자습실 운영비, 간식비 등의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비용이다 보니 '내지 않겠다'고 피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금품 모집이나 학생회 간부 학생의 학부모를 중심으로 한 할당 모금 등이 모두 불법찬조금.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그 동안 이 같은 불법적인 모금 활동이 '신 학기 연례행사'였고 그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이 지난해 교과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3년간 전국 63개 학교에서 적발된 불법 찬조금 규모는 34억여원이나 됐다. ◇반별 할당, 임원 등급별 차등= 이 같은 불법찬조금은 학기 초 학부모회가 새로 구성되고 학급 임원들도 새로 뽑히기 때문에 3, 4월에 집중적으로 모아진다. 실제로 학부모 단체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이하 참교육)'의 지난해 상담 통계를 살펴보면 불법찬조금 관련 상담건수는 총 48건으로 이 중 3ㆍ4월(32건)에 상담이 집중돼 있다. 대부분이 학교 전체 학부모회에서 학급 별로 얼마씩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찬조금을 모금하고, 일부 학교는 학교 임원별로 금액에 차등을 둬 돈을 걷기도 한다. 지난해 학부모대의원회에 참여했던 학부모 D씨에 따르면 이 학교의 경우 3학년 학부모회장이 각 반의 회장과 부회장단에게 각각 100만원씩의 찬조금을 요구했다. 특히 이 학교의 경우 지난해 발생한 대원외고 고액 불법찬조금 사건 이후 일부 학부모 임원들만을 대상으로 과거보다 큰 금액을 걷었다. 공연히 많은 학부모들에게서 돈을 모아 뒷일을 만들기보다는 '믿을 만한(?)' 소수 학부모들에게서 거액을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참교육은 "대원외고 사건 이후 불법찬조금이 많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더욱 음성화돼 많은 돈이 찬조금이라는 이름으로 걷히고 있다"고 말했다. ◇주는 쪽도 처벌규정 강화해야= 문제는 매년 불거지는 관련 사건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처벌 수단이나 규정이 모호해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실제 대부분의 불법찬조금 사건은 교사들만 가벼운 징계를 받는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는 '자발적으로 돈을 모았다'고 주장하고, 학교 측은 "우린 몰랐다" "나중에 알게 돼 돈을 돌려줬다"고 발뺌하면 처벌할 방도가 없다. 동훈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불법찬조금은 학교가 써야 할 돈을 학부모에게 전가하려는 학교의 욕심과 돈을 모아 학교에 가져다 줌으로써 자기 자식의 특혜를 원하는 학부모의 욕구가 맞아 떨어져 생기는 것"이라며 "돈을 받는 쪽은 물론이고, 그동안 처벌이 미미했던 주는 쪽에 대한 처벌 규정도 강화해야 뿌리가 뽑히고, 그래야 '어쩔 수 없이 낸다'는 사례도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후 관리 강화ㆍ학기초 예방 캠페인도= 솜방망이만 휘두르는 당국의 무책임함이 학교 현장의 부작용을 더욱 부채질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06년에 이어 지난해 또 다시 발생한 대원외고의 불법찬조금 사건은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이후 경찰ㆍ검찰 조사로 이어졌지만, 수사가 흐지부지돼 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최근 3년간 서울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 걷힌 34억여원의 불법찬조금 중 적발 학교들이 학부모에게 돌려준 돈은 모금액의 22.7%인 7억8,600만원에 불과하다. 그만큼 사건 이후 뒷수습에도 미온적인 것이다. 장은숙 참교육 회장은 "자녀가 재학중인 경우 학부모들이 찬조금을 거부하거나 이를 신고하는 게 어렵고, 이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불법 모금 사례가 많다"며 "지금과 같은 수준의 처벌 및 예방 의지로는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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