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일벌백계 내렸지만…시장 포화로 과잉보조금 차단효과 미지수

■ 과열경쟁 주도 KT만 영업정지<br>방통위 엄벌 의지 표명 "재발땐 최소14일 징계"<br>KT 50억 규모 손실… 이미지 추락도 불가피

방통위가 KT 한곳만 영업정지시키는 ‘본보기 처벌’을 내렸지만 휴대폰 보조금 과잉지급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 개봉동 인근 한 이동통신 판매점에 휴대폰 보조금 지급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유주희기자


1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폰 보조금 과열경쟁을 주도한 KT에 '본보기 처벌'을 내림에 따라 KT는 이달 30일부터 8월5일까지 신규 가입자를 받을 수 없으며 번호이동도 불가능하다. 이동통신사 한 곳에만 영업정지 처분을 부과하는 비교적 강력한 징계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보조금 과열경쟁을 점점 일벌백계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된데다 휴대폰 가격 거품 등의 문제도 함께 해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징계 비웃는 이통사 보조금 규모=보조금 경쟁에 뛰어든 이동통신 3사에 대한 징계수위는 꾸준히 올라갔다. 지난 2002년 처음으로 영업정지 징계를 받은 데 이어 2006년에는 최대 규모의 과징금(3사 합계 1,000억원)을 부과 받았다. 지난해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3의 실구입가가 10만원대까지 내려가는 등 '보조금 대란'이 벌어지자 올해 초 영업정지와 과징금 징계를 한꺼번에 받기도 했다. 이후 7개월여 만에 결정된 이번 징계는 과열경쟁을 주도한 KT에만 '본보기식 처벌'을 내려 효과 극대화를 노렸다. 3사 합계 669억여원의 과징금 역시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 후로는 최대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통 3사가 투입하는 보조금은 매년 늘어나 수 조원 규모에 달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시장이 포화된 탓이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2006년 4,000만명, 2010년 5,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전체 인구 수를 뛰어넘었다. 이통 3사로서는 해외로 나가지 않는 한 서로의 가입자를 빼앗을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마케팅 전략이나 경쟁력 있는 요금제로 가입자 경쟁을 벌인다면 이상적이겠지만 3사는 신규ㆍ번호이동 가입자들에 대한 보조금을 중심으로 경쟁해왔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보조금 경쟁에 더 불이 붙었다. 이번 징계를 불러온 올해 1~3월간의 보조금 과열경쟁은 심지어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 기간 동안 벌어졌다.

◇정부, '엄벌' 의지 밝혔지만=방통위는 보조금 과열경쟁에 대해 거듭 '엄벌' 의지를 표명해왔다. 방통위는 이날 "앞으로 보조금 과열경쟁이 재발할 경우 최소 14일간의 단독 영업정지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까지는 연 1회가량의 시장조사를 통해 보조금 경쟁을 단속했지만 올해부터는 사실상의 '상시 조사 체제'를 마련해 보조금 과열 경쟁에 즉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방통위는 6월의 보조금 과열경쟁 여부와 관련, 조만간 시장조사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전체회의에 출석한 남규택 KT 부사장과 이상헌 SK텔레콤 상무,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 등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KT는 "올해 초 3사의 영업정지 기간 이후 시장 안정화에 나름의 노력을 해왔지만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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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업정지 기간 동안 KT가 입을 손해는 수십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동통신사들이 전산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는 주말을 빼면 KT의 실질적인 영업정지일은 5일이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 기간 동안 KT의 매출감소가 50억원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며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장 영업정지로 인한 손실 외에도 KT는 '시장 혼란을 주도한 사업자'로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하는 등의 추가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편 이통사들은 휴대폰 가격 자체가 비싸지면서 보조금도 불가피하게 늘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 상무는 "고가의 LTE 스마트폰이 주로 판매된다는 점을 감안해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30만원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방통위의 보조금 가이드라인은 휴대폰 1대당 27만원이다. 이와 관련해 전영만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가이드라인은 이통 3사의 영업보고서 등을 근거로 판단해 산정한 기준"이라며 "앞으로 추가로 검토해 가이드라인을 조정할 수는 있겠지만 임의로 고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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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가 KT 한 곳만 영업정지시키는 '본보기 처벌'을 내렸지만 휴대폰 보조금 과잉지급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 개봉동 인근의 한 이동통신 판매점에 휴대폰 보조금 지급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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