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탁신이 남긴 교훈

탁신 시나왓 태국 총리가 ‘휴식’을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몇 달 동안 총리퇴진 시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탁신은 새 총리가 나올 때까지 국정을 책임질 과도 총리로 자신의 측근인 칫차이 와나사팃야를 지명함으로써 태국 정국은 아직 혼란스러운 상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탁신은 명확한 교훈 한 가지를 남겼다. 바로 ‘중산층을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탁신의 사임은 방콕의 중산층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물론 태국의 미디어 재벌 등 유명인사들이 대거 총리퇴진 시위에 동참한 점도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중산층들이 정치적 변화를 바라며 시위에 적극 참여했기에 시위대 규모가 10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이번 반탁신 시위에 동참한 중산층 시민들은 시위 현장보다는 백화점에서 찾기가 더 쉬운 종류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아시아에서도 중산층은 민주화와 같은 추상적인 구호 때문에 거리시위를 벌이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다만 지난 92년 군부독재에 저항해 민주화를 일궈낸 태국 국민들은 국가 지도자의 부정부패를 용납하지 않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그래서 이번 탁신사태는 민주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가 지도자가 권위주의와 결탁했을 때 평범한 사람들이 얼마나 큰 저항감을 갖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그리고 한번 민주주의의 자유를 맛본 국민들은 그것을 쉽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준다. 물론 탁신 총리가 물러나면서 태국 정국이 더 안개 속에 휩싸이게 된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득이 되는 상황이 아니다.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태국은 미국ㆍ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연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인접 국가인 미얀마와 캄보디아는 태국의 불안한 상황을 은근히 고소해 하는 눈치다. 태국이 앞으로 최대한 빨리 민주정부를 구성해 정치적 안정을 이뤄야 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민주화를 이룩한 지 얼마 안되는 국가들에서도 중산층 시민들은 투명한 정부와 개인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태국은 탁신의 몰락을 통해 이런 내용을 학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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