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반도체장비 등의 국산화를 통해 2011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10대 장비업체로 도약하겠습니다." 국내 최대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세메스의 김형문(56ㆍ사진) 사장은 충남 천안공장에서 기자와 만나"국내 업체들이 반도체장비 개발에 뛰어든 것은 15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기술개발 속도나 열의에서는 세계 챔피언 수준"이라며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시장 다변화 전략을 펼쳐 장비분야에서도 글로벌 강자로 올라서겠다"고 강조했다. 세메스는 지난해 4,07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장비업체 최초로 매출 4,000억원 시대를 활짝 열었다. 세메스는 오는 2011년까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CVDㆍ에처 ▦태양광 등 4개 사업분야에서 총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김 사장은"차세대 반도체 핵심장비에 대한 국산화 개발을 위해 지난해에만 300억원에 달하는 R&D비용을 투입할 정도로 제품 차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세계 정상을 달리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와 달리 반도체 장비분야에서는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이 아직까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대부분의 핵심장비들은 여전히 두터운 외국의 기술장벽을 넘지 못하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세멕스는 이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지난해 투자사인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법인 SAS와 손잡고 대만 등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 800억원의 수출실적을 일궈냈다. 김 사장은 "지난해말 이후 국내 장비업체들이 대기업들의 신규 투자 감소로 매출이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3~4년 전부터 꾸준히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수익처를 다변화했던 것이 매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메스는 최근 태양광용 박막형 증착장비(CVD) 개발을 마친데 이어 국내 최초로 반도체 300mm 웨이퍼용'NxD 옥사이드 에처'양산 1호기를 출하했다. 옥사이드 에처는 웨이퍼 표면의 미세회로 패턴을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절연막 부분을 플라즈마를 이용해 제거해주는 장비로, 국산화가 불가능했던 핵심 공정장비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김 사장의 감회도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김 사장은 "옥사이드 에처를 국산화함으로써 올해에만 매출 300억원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며 "이미 삼성전자 양산라인에 대한 공급계약을 맺었고 하이닉스 및 해외 업체도 세멕스 제품 도입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세메스는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태양광 박막계 PECVD 장비에 대한 시장조사 및 기술개발에 착수했으며 지난해 태양광사업부를 신설하고 태양광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실리콘 박막 증착장비인 5세대급 박막계 PECVD 장비의 경우 자체 개발을 완료해 전지효율을 최적화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며 조만간 세계 최고효율(11.1%)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에서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꼽혀왔던 김 대표는 지난 2월 세메스 사령탑을 맡은 이후 국내외시장을 대상으로 거래처 다변화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김 사장은 "국내 장비업계의 수직계열화 시스템은 오히려 장비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국내 대기업은 물론 해외 유수의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교차 판매를 통해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해외 반도체 시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국내 업계를 위한 애정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 사장은 "반도체나 LCD 분야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전세계 1위를 점하고 있지만 국내 장비업체들의 현실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초기에 막대한 R&D비용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장비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바탕이 돼야만 글로벌 장비업체들을 다수 배출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