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제조·서비스업 융합 서둘러야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은 미국ㆍ유럽 등에서는 이미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다. 웅진코웨이의 렌탈서비스 등 일부 기업이 추진 중이지만 아직 크게 확산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서비스화를 통해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서비스화를 위한 투자를 추가 비용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수요창출 위한 핵심전략으로 그러나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은 제조기업 입장에서는 무형적 서비스와의 결합을 통해, 서비스 기업 입장에서는 제조업에서 확보한 생산성 향상 노하우를 서비스에 접목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제조기업은 나날이 진화하는 소비자들의 보이지 않는 욕구로 인해 수요 예측의 정확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수요 창출을 위한 핵심전략으로 '제품의 서비스화'에 공을 들여야 할 상황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의 융합은 제품에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제품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제품의 서비스화'와 서비스 강화를 위해 제품을 부가하는 '서비스의 제품화'로 구분된다. 제품의 서비스화 예로는 애플이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위한 음악ㆍ동영상 서비스 아이튠즈를 제공한 것을, 서비스의 제품화 예로는 서적 판매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닷컴이 시장 확대를 위해 전자책 리더인 킨들을 출시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제조업에 서비스화가 필요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가치사슬의 중심이 생산, 조달ㆍ구매 등의 분야에서 점차 연구개발, 금융서비스, 마케팅, 판매 후 서비스로 이동함에 따라 제조업체도 각종 서비스를 중요시할 수밖에 없게 됐다. 둘째, 제품개발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면서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TV를 개발하는 데 지난 1950년대에는 45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6개월이면 된다. 새로운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1970년대에는 54개월이 걸렸지만 이제는 12개월로 줄었다. 셋째, 산업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정유회사인 SK에너지의 최대 경쟁자는 GS칼텍스나 S-OIL이 아니라 전기차ㆍ하이브리드차를 개발하는 현대ㆍ기아차나 도요타가 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은 시사하는 바 크다. 실제로 우리나라 1등 브랜드들의 최대 경쟁상대를 보면 자양강장제 박카스는 커피숍, 소주 참이슬은 스마트TV 제조업체, 게임회사 엔씨소프트는 미국 드라마, 조미료 다시다는 양식 레스토랑이다. 이제는 더 이상 산업 내 경쟁사만 고려해서는 안 되며 소비자의 니즈에 초점을 맞춰 경쟁사를 규정해야 하는 시대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팁(Tip)으로 '시장 전체를 보는 시스템적 사고' 를 꼽고 싶다. 최근 타계한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기존 제품군인 아이팟ㆍ아이폰ㆍ아이패드와 음원제공 서비스인 아이튠즈, 애플리케이션 제공 서비스인 앱스토어를 융합해 소비자에게 제품 구매로부터 멀티미디어 콘텐츠 검색ㆍ감상ㆍ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 혁신적인 음악세계를 열어줬다. 블루오션 개척에 필수불가결 더욱 놀라운 것은 애플이 다음해에는 자동차용 애플리케이션을 갖춘 아이카(iCar)까지 염두에 두고 종합적인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극과 극의 융합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시장 전체를 염두에 두고 시스템적으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는 모습은 가히 전율을 느끼게 한다. 기업은 산업융합을 통해 제품 차별화와 기존 기술ㆍ제품 개선은 물론 사업다각화, 신시장 개척 등 거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거시적 효과의 비중은 점점 더 확대될 것이다. 제조ㆍ서비스 융합은 새로운 블루오션 개척에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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