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박하면서도 고즈넉한 생명의 여운

임진순 회고전 노화랑서지난 96년 작고한 화가 임직순은 한국적인 자연주의 작가로 불린다. 달리 자연주의란 말을 쓰는게 아니라 자연을 그림의 주요 소재로 삼은 작가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사실 그 자체를 직시하면서 소박하면서도 고즈넉한 생명의 여운을 담아내는 임직순은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을 숨김없이 드러내 보인 작가이기도 하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노화랑에서 7일부터 20일까지 임직순 회고전을 갖는다. 작가가 80년대에 그렸던 작품들이 주로 나오는데, 풍경ㆍ인물ㆍ정물 등 작가의 특색을 잘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 골고루 출품된다. 사실 임직순의 그림에는 그 어떤 풍조를 강조하는 강렬한 개성이나 방식을 달리 하려는 돌출행위가 눈에 띄지는 않는다. 마치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응축된 생명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붓을 잡는 작가의 손목에 에너지가 뭉쳐있음을 느끼게 하는 강렬한 색채감은 작가와 대상이 매우 친숙한 상태에 있으며, 작가의 시선이 관조라는 하나의 미덕에 충실했음을 보여준다. 1921년 충북 괴산에서 출생한 임직순은 한국의 현대미술이 추상으로 달리고 있는 현실에서 개성적 화법으로 철저히 자연주의적 소재와 회화의 평면성을 추구하면서 자기만의 구상미학을 정립했다. 임직순은 해방 전에 일본의 미술학교에 유학하면서 서양화에 진출했지만, 작가로서 위상을 얻은 것은 1957년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는 조선대에서 교수직을 수행하는 등 화단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위상을 누리면서 많은 작품을 열정적으로 창작했다. 작가는 산이나 바다를 끼고 있는 사람 사는 동네를 그리면서 매우 우직한 필법을 구사한다. 산과 집 그리고 구름 등은 직선적인 붓놀림에 의해 완성된다. 언뜻 일필휘지와 단순명료한 색채구성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실내에 앉아 있는 여인이나 화사한 장미 등을 그리는 그의 화폭에는 불타는듯한 염정(艶情)마저 돌출시킨다. 그것은 임직순이 대상을 그림으로 옮길 때 선택과 집중이라는 묘수에 의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결국은 대상에서 아름다움과 여운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산과 바다 등 넓은 공간을 관통하는 하나의 줄기와 장미 그 자체에 응축된 미감을 작가는 동일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구열 한국근대미술연구소장은 "임직순은 지극히 유순한 성격이었다"면서 "모든 주제 대상과 그 현실미 및 시각을 색채로 파악하여 회화적 창조미로 고양시키려고 한 작가의 예술태도는 말할 것도 없이 그의 체질적 성정을 반영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문의 (02)732-3558. 이용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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